지난 14일 구미 송정동 왕복 4차로 차도(시청 방향)가 전면 통제된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 수백명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구미] 최근 보수단체의 잇단 대규모 집회와 거리 행진으로 구미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시쯤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박 전 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행사가 끝난 뒤 생가 주차장에서 대한애국당이 주관한 ‘제90차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해 전국 여러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태극기·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확성기·대형 스피커를 탑재한 차량에서 흘러나온 음악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이들은 이 곳에서 ‘박정희·새마을 지우기 반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뒤 오후 2시부터 거리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박정희 생가에서 구미시청 앞까지 약 4.5㎞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이 행진하는 구간의 차량 통행이 통제되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특히 형곡네거리~구미시청 앞 4차로 도로가 전면 통제돼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더욱이 이날은 수능시험 예비소집일이었지만 사곡고 앞 교통이 통제되면서 일부 수험생·학부모가 큰 불편을 겪었다. 이 단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 4시쯤 시청 건물 입구에서 수백명이 “장세용을 끌어내라”며 건물 안으로 돌진했다. 결국 시청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를 당했지만 민원을 보러 온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오후 6시까지 시청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 단체는 지난달 6일에도 구미에서 가장 복잡한 곳 가운데 한 곳인 구미역 앞 도로를 막아놓고 대규모 집회와 거리 행진을 벌여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다. 구미시민 A씨는 “집회는 헌법에서 보장되는 국민의 권리로 특정 공간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통행량이 많은 구간에서 거리 행진으로 교통 혼란을 주거나 시청에 들어가 민원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각종 SNS에도 보수단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조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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