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궁 속 한국당, 반성과 쇄신 없이 민심 얻으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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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  발행일 2018-11-14 제35면   |  수정 2018-11-14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위 위원의 갈등이 야기한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전 전 위원은 오늘 김 위원장과의 반목 등을 폭로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고, 김 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는 이제 당과 관계가 끊어진 자연인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한국당의 정체성·노선 및 혁신 주도권을 두고 첨예한 마찰을 빚어왔다.

김병준 위원장은 12일 비대위를 열고 “조강특위 문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 이를 기화로 다시 다잡아 나가겠다”며 기존 일정대로 당 쇄신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강특위도 재가동한다. 이진곤 조강특위 외부위원은 “기차는 간다. 2월 전당대회를 목표로 더 자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쇄신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건 부인하기 어렵다. 정체성 재정립과 인적 청산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더 커졌다. 비대위 역할이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의 관리 수준에 그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보수통합 논의도 물밑으로 잠복할 전망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진즉에 한국당과의 통합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보수대통합의 마지막 퍼즐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한국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진흙탕 내홍으로 구심력은 더 약해졌고, 보수통합이라는 원심력도 작동하지 않는 게 한국당의 현실이다.

국민의 지지를 업지 못하는 것도 한국당의 딜레마다. 비대위가 출범한 후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까닭이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도 혼란스럽다. 친박 청산을 외치더니 돌연 “태극기 부대도 품어야 한다”며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한국당이 환골탈태하려면 뼈저린 반성과 중진의 희생→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청산과 쇄신→보수세력을 아우르는 통 큰 통합의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어느 하나도 해내지 못한 채 스텝이 꼬여 버렸다. 민심과 상치되는 정책 행보도 유감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소속 정치인의 불법 및 도덕성 의혹엔 대단히 관용적이다. 한국당 대구시당은 여론에 등 떼밀려 뒤늦게 윤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과연 징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뼈저린 반성과 통렬(痛烈)한 쇄신 없이 한국당 재건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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