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TK출신 청와대 정책실장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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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  발행일 2018-11-14 제35면   |  수정 2018-11-14
20181114

문재인정부는 국정능력에 대한 평가를 떠나 친 TK(대구·경북)는 아니다. 궁합이 맞지 않다 할까. 여론조사로나 인사에서나 거리가 좀 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정에서 부정적 평가는 TK에서 두드러진다. 인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지만 친 호남 성향이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육군참모총장 등 핵심 요직이 전라도 아니면 광주제일고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2기 경제팀을 출범시켰다. 심각한 갈등을 노정해왔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서열을 떠나 논란의 중심에는 장 전 정책실장이 있었다. 그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고, 각종 경제지표 하락을 둘러싼 해석에서 정통 경제학자들과 대립했다.

장 전 실장 대신 들어선 인물이 김수현(56)이다. 청와대 사회수석에서 승진했다. 그는 노무현정부 내내 청와대에서 이름을 바꿔가며 비서관을 했고, 문 대통령과는 줄곧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현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인 탈(脫)원전,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및 복지·분배 정책을 뒤에서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이다. 왕(王)실장이 나왔다고 세평하는 이유다. 영덕 태생으로, 비록 평준화 이후 입학했지만 한때 대한민국 정치경제 인맥의 선두였던 경북고 출신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굉장한 자리다. 대통령 비서실장 다음이다. 산하에 경제·일자리·사회 수석비서관을 거느린다. 대통령 하명을 받아 대한민국 경제·사회 정책을 총괄한다. 탄핵문책에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10년전 노무현정부를 계승한 정권이다. 정치노선과 인맥을 거의 복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뭄에도 콩은 나는 법인가. 두 정권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대통령 정책실장만 놓고 보면 TK 출신이 두드러진다.

노무현 청와대의 초대 정책실장은 이정우 당시 경북대 교수(68)였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이사장인 그도 경북고 출신이다.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 유학시절을 빼면 거의 대구에서 살았다. 분배 정책, 노동 분야에 천착해왔다. 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더 강화하고 분배복지에 더 비중을 둘 때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도시공학을 전공한 신임 김수현 실장에 대해 ‘경제학자가 아니다. 경제를 몰라 정책실장은 곤란하다’고 해 주목받았다.

노무현 청와대의 기억에 남을 정책실장은 김병준(64)이다. 정책보좌로 치면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 한국외대와 미 델라웨어대학에서 석·박사를 한 정치학자다. 고령 태생으로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으니 그도 확실한 TK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 몇 안되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TK가 세 명이나 배출했으니 반길 일이나, 기실 그들은 정치적으로 TK에 녹아난 인물은 아니다. 전임 실장들은 학자였고, 신임 김 실장 또한 대구란 배경이 희미하다.

현대 정치의 요체는 계층간 분배와 지역적 안배다. 계층 분배는 작금에 논란이 붙은 소득주도, 복지 등이 핵심이다. 지역적 안배는 세월이 흐르면 시들해질지 몰라도 한국정치에서는 인화성이 크다. 더구나 정치가 있는 곳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투쟁의 요인이다.

지나간 과거는 그렇고 현재가 중요하다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두번째 정책실장인 된 김수현 실장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누구든 만나고 찾아가겠다’고 했고, ‘경제 원톱은 경제부총리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건 기본이고, 그에게 기왕 TK딱지가 붙어있다면 대구경북의 현안들을 공부했으면 한다. 통합신공항 이전, 전국 최악의 대구 청년 실업률, 물산업 클러스터, 탈원전으로 인한 경북 동해안의 아우성 같은 이슈들이다. 그건 한편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다.

물론 깊게 보면 한국정치에서 지역 따지기는 한편 헛배만 부른 현상이란 걸 우리는 안다.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 TK인사는 화려했지만, 지역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아니다. 그래도 과거야 어찌됐던 문 정부가 국정동력을 유지하려면 TK를 완전히 팽개쳐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신임 김 실장이 숙고했으면 하는 대목이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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