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흐름” vs “조직분산 없어 예산낭비”

  • 입력 2018-11-14 07:40  |  수정 2018-11-14 07:40  |  발행일 2018-11-14 제11면
■ 자치경찰제 도입 반응
서울시 “제도 개선 건의할 것”
일선경찰 업무구분·전보 걱정
檢 “경찰권력 더 키울 뿐”지적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13일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하자 시범도시로 선정된 일부 시는 “자체 안과 많이 달라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또 다른 시는 “특위 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등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이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 바뀌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범 도입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된 서울시는 이날 특위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대해 “시가 만든 자치경찰제 모델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항목별로 개선 건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자체적으로 마련해 발표한 ‘서울시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모델’에서 경찰청은 국가안보나 마약 사건, 보안 등을 다루고, 경찰청 산하 지방경찰청은 모두 시·도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경찰제가 지금까지 미뤄지다가 연말에 와서 내년에 시행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해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범 도입 자치단체인 세종시는 일단 특위안대로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는 “자치경찰제가 내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특위 및 정부와 적극적으로 나갈 것"이라며 “서울시와도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자치경찰제 시범실시 등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도 설치, 운영 중이다. 자치경찰제를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인 제주도의 경우 권한이 막강해지는 제주도지사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 신분 변동 가능성이 큰 일선 경찰관들은 ‘강제 전보’나 ‘불명확한 업무 구분’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데도 현재 지구대·파출소 등 특정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치경찰 부서로 강제로 전보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안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일선 경찰관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최일선인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을 포함한 인력이 한 번에 36%나 자치경찰로 넘어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신고가 접수됐을 때 국가경찰 소관인지, 자치경찰이 맡을 일인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앞으로는 민선 단체장들에게 경찰 인사 권한이 주어진다는 뜻"이라며 “자치경찰 기관장이 되려고 임명권자에게 ‘줄 대기’를 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자치경찰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수긍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에서는 ‘강력해진 경찰권력의 분산’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못 미치는 방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본래 도입하려던 자치경찰제를 시늉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조직의 분산 없이 자치경찰을 신설하고, 자치경찰에 민생치안사건만 맡기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본래 구상은 거대한 경찰조직의 일부를 자치경찰로 전환해 경찰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면서 “기존 경찰청과 경찰서를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 본부와 경찰대를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인사교류가 가능하도록 한 점도 문제"라며 “거대한 국가경찰 조직을 유지하면서 파출소만 자치경찰에 넘겨주는 것이므로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얻은 경찰권력을 더욱 막강하게 키우는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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