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감성과 지성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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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07:52  |  수정 2018-11-12 07:52  |  발행일 2018-11-12 제18면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감성과 지성의 균형

글을 쓸 때에 감성과 지성에 관해서 자주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원래 문학을 위해서 생긴 것은 아니고, 철학적 욕구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감성이란 ‘오성과 이성에 대립하는 능력’ ‘지식의 재료를 제공하는 감각이나 지각 등의 총칭’ ‘도덕상으로는 인간의 자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능이라든가 충동과 같은 주로 육체와 관계를 가진 것’ 등이라 말할 수 있지요.

또 그 속에는 감정(feeling), 정서(emotion), 감상(sentiment) 이러한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감성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느끼느냐 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지성(intellect)이란 ‘사고하는 능력’ ‘잡다한 현실을 정리, 정돈하는 힘’을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지성이 궁극적이거나 통일적으로 활동할 때에는 이성이라 하고, 비교나 대조 등의 작용을 할 때는 오성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오성이란, 개념의 형성과 판단에 소요되는 마음의 능력을 말함)

감성이나 지성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되는 것이 올바른 글쓰기입니다. 쓰는 이의 역사성이나 현실성, 그리고 인식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제나 깊이 생각해야 하고 넓은 시야와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유의 깊이와 절제된 언어의 선택이 함께 조화를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직간접의 체험과 학습이 고루 진행되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고요. 그러므로 작가는 고통 속에서 쓰되, 독자는 그로 인해 마음의 울림을 맛본다면 그것이 바로 지성과 감성의 조화에 성공한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나 소설 등 문학의 형식을 빌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무한합니다. 사물, 정황, 관념, 자연 그 어느 것도 한계를 두지 않는 것이 문학예술이지요. 다만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어떤 의미에선 소위 구도자의 자세 없이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언어예술입니다. 때로 우리는 100m 달리기처럼 한달음에 도달하는 것이 글쓰기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지요. 어떤 감성의 촉수가 날을 세워 포착한 사물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정서적인 감성과 예지, 또는 지성적인 사유의 깊이를 획득하는 것은 실로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집중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평생 우주 안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이나 세계에 대해 피상적인 일부만 이해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것은 베일에 싸여 있어서, 한편의 시가 우주의 비밀을 엿보게 하는 하나의 작은 창이 될 수 있습니다.

문학, 그중에서도 현대시는 소통을 전제로 한 객관성보다는 주관적 표현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 만큼 독자의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고 해독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요. 어쩌면 시는 객관성을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표현을 통해 객관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런 경우 감성과 지성의 밸런스는 간과해서는 안 될 덕목입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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