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한국말 못 알아들어 못 피했나…김해원룸화재 안타까운 사연

  • 입력 2018-10-22 00:00  |  수정 2018-10-22
고려인 3세 부부 자녀 2명 사망
필로티구조 불길 삽시간에 번져

경남 김해시에서 20일 저녁 발생한 원룸 건물 화재로 어린 자녀들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외국인 부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온 고려인 3세로 알려졌다.

전날 저녁 해당 원룸 주차장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로 이 건물 2층이 화염과 연기로 곧바로 휩싸였다. 2층 거주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세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었다. 방 2개짜리 원룸에 고려인 3세 부부와 이들의 4세 아들, 12세 아들, 14세 딸 등 일가족 5명과 3남매의 이모와 이종사촌인 13세 남자아이 등 7명이 함께 살았다.

공교롭게도 불이 나기 전 어른 3명은 장을 보러 나가 집을 잠깐 비운 상태였다. 불이 날 당시 원룸에는 아이들 4명밖에 없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불과 20여분 만에 불길은 잡았지만$ 4세 막내는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는 등 다친 정도가 심해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졌다. 14세 큰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오후 숨졌다.

고려인 3세 부부는 2016년 7월 말 취업방문비자로 입국한 합법 체류자들이다. 부부는 김해시 주촌면, 진영읍의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부부는 낮 동안 직장에 있을 때 원룸 인근 김해교회 어린이집에 막내를 맡겼다. 둘째는 초등학교, 첫째는 중학교를 다녔다.

올해 8월에는 이모와 조카까지 입국해 함께 살아왔다. 아이들은 아직 한국말이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아이끼리만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란 한국말을 못 제대로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화재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김해시 원룸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상 4층, 건물면적 642㎡ 규모다.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이다. 2∼4층에는 모두 15가구가 거주한다. 이번 화재는 발생 20여 분 만에 꺼졌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급속히 번지며 큰 피해를 냈다.

그 원인으로는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등이 꼽힌다. 두 요인은 2015년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130명 사상)와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69명 사상)에서도 피해를 키운 공통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필로티 건축물은 불이 나면 확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대량 유입돼 불이 쉽게 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석고나 시멘트를 덧붙이는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지만,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당시 주차장 외부를 비추던 CCTV를 보면 행인이 화재를 최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화면상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까지는 30초가량이 걸린다. 이후 새카만 연기가 화면에 보이는 건물을 가득 메우기까지는 10여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당 건물은 연면적상 현행법이 정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