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커진 교황의 역사적 방북…한반도평화 여정에 큰 등대 되나

  • 입력 2018-10-18 00:00  |  수정 2018-10-18
"공식초청장 오면 갈 수 있다"…마지막 냉전 지대서 평화 주선 역할 할 듯
김정은-트럼프 회담 앞두고 북미 비롯해 전 세계서 비핵화 여론 힘 받을 수도
교황 방북 실현 위해 물밑서 북-교황청 간 중재 가능성 있어

"북한의 공식초청장이 오면 나는 갈 수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교황청을 공식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18일 낮(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선명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의 구두 전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북한의 공식초청장을 받으면 방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설명에 이러한 견해와 주문을 곁들였다.

 가톨릭 교계의 정점에 있으면서 전 세계 화해와 평화의 메신저로서 지대한 역할을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비핵화를 넘어선 한반도 평화정착이 일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당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 여정에 큰 등대로 기능하며 평화프로세스에 한층 속도를 붙여주리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교황이 방북한다면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순간일 뿐 아니라, 기독 문명 국가들과 전 세계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마지막 냉전 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북한 땅을찾아 평화를 기원하고 화해를 중재하는 사도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파급 효과가 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하면서 적대국 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세력 간 관계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 맥락에서 앞서 수차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발표해 온 교황은북한을 방문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교황의 방북을 놓고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교황청과 달리교황이 직접 적극적 방북 의사를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상에는 더없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황의 방북 효과를 또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평화체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모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냉전 지대의 한복판에서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전하는 교황의 목소리는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담판 지어야 하는 미국에까지도 상당한 자장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교황의 뜻이 세계에 퍼짐으로써 한국정부의 평화체제 정착 구상에 대한 지지 기반이 확산한다면 비핵화를 실현하라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미국도 등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교황의 방북 의사가 발표된 시점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확률이 높아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성공 가능성을 키우리라는 기대감 역시 배가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이제 교황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교황의 방북이성사될 때까지 북한과 교황청 간 가교 구실을 하는 것에도 진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교황 성하의축복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특별기고에서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의 해외 방문은 개별국가 정상의 초청과 함께 그 나라 가톨릭 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해야 현실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에 따르면 천주교 사제가 없는 북한은 주교회의도 없다. 교황청이 초청을수락할만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 가톨릭계에서 교황청 사정을 잘 아는 성직자로 꼽히는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최근 교황청 기자회견에서 "교황의 방북은 실현될 수 있는 꿈"이라면서도 북한의 사전 정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북한과 교황청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교황의 방북이 실현되려면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처럼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또 다른 '메신저'의 역할이 계속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특별히 밝힐만한 계제가 아니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교황은 방북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 꿈 같은 교황의 방북 실현은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결기가 요구될지 모른다. 그건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북한사회의 의지와 준비며, 교황과 교황청의 상응한 태도다.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은 애초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과 함께 교황을 만나볼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이런 내용을 교황에게 말하면서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할 때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이상, 김 위원장도 초청장을 보내는 등의 공식적 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 대변혁에 한 장면으로 새겨질지 모를 또 다른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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