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度 넘은 사립유치원 비리, 재발 방지책 제대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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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6   |  발행일 2018-10-16 제31면   |  수정 2018-10-16

사립유치원들의 교비 부정사용 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3~2017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결과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국회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운영비의 40~50%를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므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까지 5년간 무려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정 사용된 금액은 269억원에 이른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정도가 심한 유치원들의 비리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의해 학교로 규정돼 있는 취학전 아동 교육기관이다. 그 기관의 장인 원장이 정부지원금과 학부모로부터 받은 교비를 제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경기 동탄의 한 유치원은 전국적인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비와 노래방·미용실 사용 금액이 1천32건에 5천만원에 달했고, 외제차 유지비와 성인용품 구입 등 사적인 용도로 2년간 모두 6억8천만원을 부정 사용했다. 이 유치원은 지난 1월 교육부로부터 원장 파면 및 부정사용액 전액 환수 처분을 받았지만 이제서야 그 사실이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사립유치원 원장이 교비를 자기 주머니의 쌈짓돈처럼 사용해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경산의 한 유치원은 출근도 안한 시설관리 직원에게 매달 150만원의 월급과 퇴직금 등 3천900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포항의 한 유치원도 운전기사직과 사무직을 겸하는 직원에게 이중계약을 체결해 6천만원의 임금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상주의 한 유치원은 보험 중도해지 환급금 4천500만원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칠곡에서는 원장 개인명의의 차를 업무용 차로 산 것처럼 속여 차 할부금·세금·보험료 등 1천751만원을 유치원 교비에서 지출해 문제가 됐다.

이런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수년간 빈발하고 있는 데도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어서 더 문제다. 교육감이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해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한몫 거들고 있다. 교육부가 회계·감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교비 빼돌리기 수법을 비롯한 해묵은 비리를 제대로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비리 유치원을 적발할 감사 시스템과 함께 중대한 잘못은 일벌백계로 엄단하는 징벌 방안이 이번에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비리 유치원에 대해서는 관보나 언론에 명단을 상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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