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혼란스러운 구미시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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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6   |  발행일 2018-10-16 제30면   |  수정 2018-10-16
대기업들 수도권으로 옮겨
구미 0세 인구는 급감하고
산단 제조업 경기 최악 전망
정치권은 제 앞가림에 바빠
그 폐해의 심각성마저 간과
[화요진단] 혼란스러운 구미시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구미가 혼란스럽다. 구미시 0세 인구가 4년 만에 28%나 급감했다고 한다. 이유는 대기업이 수도권지역으로 옮긴 탓이라고 한다. 이에 덧붙여 구미산단 제조업체 4분기 경기전망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우울한 소식만 접하는 구미시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7월 구미지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구미공장 내 네트워크사업부 이전설이 나오고 난 이후 불붙었던 범시민 저지운동도 사그라진 모양새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지역정치권의 노력은 아예 없다. 제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형국이다.

우선 구미지역 자유한국당 형편을 보자.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에 이어 전원책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닻을 올리자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인적 청산의 기준으로 6·4지방선거 결과를 들이댈 것이라는 얘기에 ‘구미갑’의 백승주 의원, ‘구미을’의 장석춘 의원은 화살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초선인 이들의 활약상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실망적이라는 것이다. 최근엔 당협위원장에 재임명되지 못할까봐 국감 보도자료를 연일 보내면서 자신의 업적을 알리는 데 목을 매고 있다. 지난 2년과는 크게 비교가 된다. ‘웰빙 정당’ 국회의원으로 불리기에 딱 좋은 이들의 행태가 보수의 본산인 경북에서 민주당 출신 자치단체장이 나오도록 한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구미시민의 여망을 담을 그릇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역사상 최약체라는 혹평도 나온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떨까. 한마디로 어설프다는 것이다. 우선 구미시청의 잦은 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세용 시장 취임 100여일 만에 벌써 4~5번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술 더 떠 민주당 출신 시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얼마 전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의원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공천 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비례대표의원을 소환했다. 금품수수 관련사건이어서 어느 쪽으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다.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당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줄 것은 분명하다. 구미정가에선 민주당 내 갈등으로 이번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났다고 하는 루머도 악재다.

2020년 4·15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간의 알력설도 솔솔 흘러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추병직 전 교통부 장관의 불출마 선언이 그것이다. 구미 오상고와 경북대를 거쳐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노무현 정권 시절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구미을 지역에서 21대 국회의원 출마를 노리고 텃밭을 닦아왔다. 의성 출신으로 민주당 김현권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이달 초 인동 지역에 사무실을 내자 출마를 접었다. ‘경쟁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다고 김 의원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평가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고향에서 금배지 달기가 어렵자 노동계의 입김이 센 구미로 왔다는 것이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만큼 구미가 그리 만만하냐’는 게 그것이다. 민주당 중앙당으로선 민주당세가 강한 구미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해 경북지역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불었던 민주당 돌풍이 21대 총선으로 이어질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지 장담할 수 없다. 하기에 달렸다. 하지만 100일가량 지켜본 구미시민들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끼리끼리 문화에 젖어있으며, 설익은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현재 구미지역에서 양당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찍어주겠다고 한다. 무릇 시행착오는 없는 게 가장 좋고, 있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짧은 게 좋다. 지금의 2년이나 4년은 과거로 치자면 20년 혹은 40년에 해당하는 기간이 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대에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구미정치권은 그 폐해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애달프고 슬픈 일이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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