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페이크뉴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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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5   |  발행일 2018-10-15 제31면   |  수정 2018-10-15

페이크뉴스(fake news)의 기원이 로마 공화정이란 설(說)은 옥타비아누스의 탁월한 선전술에서 유래한다.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진 안토니우스를 로마를 버린 인물로, 클레오파트라를 로마의 영웅을 망친 요부로 선전해 로마 국민이 안토니우스로부터 등을 돌리게 했다. 일방적 정보 전파는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을 유리한 구도로 만들어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황제로 등극하는 결정적 동인(動因)이 됐다.

살육과 전쟁, 권모와 술수가 난무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이 가짜뉴스의 발원지라는 견해도 있다. 속임수를 쓰고 역정보를 흘리는 전략이 흔히 나오는 손자병법이 그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오자병법이 정공법에 방점이 찍혔다면 손자병법은 변칙변술을 관통하는 병서였다. 손자는 모략과 계책이라도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한다면 그게 상책(上策)이라고 했다. 손자(기원전 6세기경)는 춘추시대 오나라 사람이다.

페이크뉴스는 2016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휘발성 강한 SNS의 전파력을 타면서 가짜뉴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 선언’ ‘힐러리 이슬람국가(IS) 무기 판매 주도’ 따위의 가짜뉴스가 쏟아졌다. 당시 페이크뉴스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돼 ‘페이크 북’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이 거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가짜뉴스 수사 지시에 대해 야당이 반발하면서 정쟁으로 불거진 형국이다. 가짜뉴스 논란의 중심에는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는 요즘 가장 핫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정치·시사 상위 5개 채널의 전체 구독자 수가 100만명에 이를 만큼 폭발적이다.

SNS를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는 페이크뉴스는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 혼란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 ‘문재인 평양에서 건강 이상 징후’ ‘최순실 태블릿PC는 조작된 것’ 따위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그냥 방관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여론조사에선 73.8%가 “유튜브를 통한 허위정보나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플랫폼 규제보다는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바람직하다. 언론과 전문기관의 팩트체크 기능 강화도 급선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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