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대만총통, 미국 동아줄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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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5   |  발행일 2018-10-15 제30면   |  수정 2018-10-15
중국 방해로 잇단 외교단절
고립무원에 처해진 대만은
미국에 협력강화 천명 구애
미국이 화답하자 중국 발끈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 노려
20181015
이정태 경북대 교수

대만총통 차이잉원이 대만의 잔다르크가 되었다. 대만건국 기념일인 10월10일 쌍십절 기념식에서 대륙정부를 향해 “책임감 있는 대국이라면 ‘충돌의 근원지’가 아닌 지역과 세계 발전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일성을 날렸다. “2천300만 대만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중화민국의 영원한 발전을 지켜내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지역 안정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끝까지 대만을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면서 목을 옥죄던 중국이 화들짝 놀랐다. 14억 중국 인구에 비하면 60분의 1도 되지 않는 대만이 정면 대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삭제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연선국가들을 비롯하여 유럽,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면서 대만의 동맹국을 하나씩 약탈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인구 140만명의 소국(小國)인 스와질랜드를 제외한 53개국 전부를 대만과 단교시켰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인 바티칸마저 중국과 주교 임명권 예비합의안에 서명함으로써 사실상 대만을 버렸다. 이제 대만에 남은 것은 중앙아메리카와 남태평양에 산재한 도서국(島嶼國) 17개가 전부다.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차이잉원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국이라는 ‘동아줄’을 잡았다. “대만은 경제와 안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적 지위를 높일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을 향한 공식적인 구애였다. 미국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미 지난 7월에 미군의 이지스구축함 두 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여 대만보호 의지를 보여주었고, 8월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의 나사(NASA) 존슨우주센터, 비행관제센터를 방문했다. 미국의회도 지원사격을 하였다.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에드 미키 상원의원이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에 미국의 원조를 축소한다”는 내용의 ‘대만 동맹국 국제보호법’을 발의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대만과 단교한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3개국의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차이잉원의 선전포고와 미국의 화답에 대해 중국대륙이 발끈했다. 이유는 대만의 배수진이 아니라 미국 동아줄을 잡는다는 방법론 때문이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 미국은 대만 분열 세력에 비공식적 방문 활동의 장소나 편의 제공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중국정부가 말하고 싶은 핵심 요지는 미국과 미군의 개입이 싫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미국 거부의사는 수사적 수준의 항변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최근 일본·북한·한국을 방문하고 중국에 들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왕이 외교부장이 던진 첫인사가 미국의 대만관계 강화에 대한 불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북미회담이 진행되면서 한반도비핵화, 종전선언, 평화체제 전환, 경제협력과 발전에 대한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덜컹거리며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바로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중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동북아시아의 맹주는 중국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간은 불과 몇 십 년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시간은 수 천 년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국제정세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국가는 인구, 국가규모, 영토, 역사, 문화 등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국가라고 본다면 중국은 분명 아시아의 맹주자격이 있다. 그런데도 아시아의 맹주인 중국이 국경을 맞댄 한반도에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오래전에 “중국에는 없지만 한국에만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라며 익살스럽게 던진 중국학생의 질문이 새삼스럽다.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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