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그릇 깨더라도 설거지 할 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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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5   |  발행일 2018-10-15 제30면   |  수정 2018-10-15
인적 청산과 보수의 대통합
두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野
내부저항과 역풍의 가능성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지금은‘행동’에 나서야할 때
20181015

20대 총선 패배(2016)→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및 조기대선 고배(2017)→지방선거 참패(2018)를 거치며 회생불능 지경까지 갔던 자유한국당에 모처럼 온기가 느껴진다. 활기를 되찾은 건 아니고, 손에 일을 잡은 정도다. 김병준 비대위로부터 인적청산 ‘하도급’을 받은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은 이번 주 칼집에서 칼을 꺼낸다. 김병준 위원장이 일괄사퇴 의결을 받아 ‘공석’으로 만들어준 253개 당원협의회의 위원장을 선별하는 칼이다. 주로 큰 선거를 앞두고 꾸리는 정당의 조강특위가 이번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가 없음에도 전원책의 칼에 눈길을 주는 건 그만큼 한국당의 인물교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당을 다시 지지할지를 고민하는 보수 유권자가 회귀의 명분을 고민하면서 갖는 관심이다. 몇 사람이라도 확실히 바뀌어야 다시 한국당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주변에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나간 자리엔 들 사람도 필요하다. 인재를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회의원 공천을 주는 건데 다음 총선은 1년 반이나 남아 있다. 이 시점엔 정치권 밖에 있는 영입대상자들이 여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의 불확실성이 이유다. 그런 현실과 맞물려 일어나는 움직임이 보수대통합이다. 장내의 바른미래당에 있거나 무소속 신분으로 대기 중인 인물, 그리고 장외의 기대주까지 모여 빅텐트를 치고 거기서 사람을 충원해 보자는 궁리다. 김병준 위원장과 전원책 위원이 내년 초로 예정된 새 지도부 선출에 당 밖의 보수들도 모두 참여시키자는 통합전당대회를 외치는 까닭이다.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는 물론이고 무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모두 대상이다. 여기에 장외의 황교안 전 국무총리까지 포함되면서 기존의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차기 당 대표감이 넘쳐나고 있다.

김병준에 이어 전원책의 등장으로 온기가 돌기 시작한 한국당에 열기가 피어올라 집 떠난 보수 유권자들을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일단 기성관념이나 경험칙에서 보면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전원책의 칼이 무얼 자를지 봐야 한다.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당이 이 지경에 처한 데 별 책임이 없고 저항할 힘도 없는 원외만 쳐내면 인적청산이 아니다. 1년 전 홍준표 대표도 야심차게 당협위원장 교체를 시도했지만 자리를 박탈당한 62명 중 현역 국회의원은 달랑 4명이었다. 현재 한국당의 원내 당협위원장은 95명인데, 이들 중 보수 유권자가 퇴출 대상으로 꼽는 인물이 얼마나 포함될지에 따라 전원책의 성패가 갈린다. 전원책의 공격이 파상적일수록 저항이 거칠어지면서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요즘 현역 의원들을 만나보면 ‘어디까지 할지 일단 지켜보겠다’는 냉소적인 표정이 느껴진다.

보수대통합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보수정당이 둘로 쪼개진 뒤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겼다. 여기다 여전히 탄핵무효를 외치는 현역 보수 국회의원(조원진·김진태 등)도 있다. 납득이 가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합을 하게 되면 ‘도로 새누리당’이란 비판을 듣기 딱 알맞다. 지금 상황에선 빅 텐트에 모이는 사람도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또 계파 갈등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인적청산과 보수대통합이란 두 마리 토끼몰이를 지금처럼 해야 한다. 웰빙체질에 젖어서, 역풍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앉아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는 편이 설거지거리를 쌓아두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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