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기간 소음 사업장 근무 난청도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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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5   |  발행일 2018-10-15 제29면   |  수정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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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아 (노무사)

질문 하나. ‘근로자 A씨는 정년 퇴직 후 계속해서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한 결과,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제조회사인 B사에서 약 30년간 조립이나 도장작업 등을 수행하며 기계음·작업 소음 등에 노출된 이력이 있다. 이 경우 A씨의 감각신경성 난청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

정답은 ‘업무상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에는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기간 소음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근로자라면 법령에 따른 세부적 인정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업무상 재해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업무상 질병’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업무상 재해=업무상 사고’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근무 중 사고가 발생해야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이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되듯,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유형은 업무상 사고뿐만 아니라 업무상 질병을 포함한다.

산재보험법 제37조에 따른 업무상 질병이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화학물질·분진·병원체·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말한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질병계통별로 유해요인과 질병을 연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뇌·심혈관질병(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근골격계질병(회전근개파열, 추간판탈출, 반월상연골파열 등) △호흡기계질병(진폐, 만성폐쇄성폐질환, 석면폐증 등) △직업성 암(악성중피종, 폐암, 피부암 등) △눈·귀 질병(소음성 난청, 백내장 등)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인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유해물질 및 질병이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포괄적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이러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이 아닌 개인적 질병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근골격계 질병이나 귀 질병의 경우 보통 퇴행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나이가 듦에 따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직업성 암이나 호흡기계 질병의 경우 오랜 잠복기간을 거친 뒤에 발병하기 때문에 업무로 인해 발병했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행성을 동반하거나 질병 발견을 늦게 하였더라도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와 질병간의 입증책임은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있고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는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입증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 근로자 측은 전문적 지식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재 신청 시 전문가의 조력을 얻는 것이 좋다.

올들어 △출·퇴근 재해 범위 확대 △뇌심혈관질병 업무상 질병 인정 범위 확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재보험 확대 적용 등 산재보험법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법령 개정은 산재 적용 및 인정 범위 확대를 통해 업무상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근로자들이 업무상 재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피재근로자들이 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된 법령 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그리고 적극적인 구제노력에 나서야 한다.박초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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