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TK 예산 패싱 vs 확보 실패

  • 조정래
  • |
  • 입력 2018-10-12   |  발행일 2018-10-12 제23면   |  수정 2018-10-12
[조정래 칼럼] TK 예산 패싱 vs 확보 실패

‘TK 예산 패싱’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의하면 내년도 대구경북 국비 지원 예산이 올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고, 다른 지역은 신청액보다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도 홀대를 당했다는 게 소위 TK 예산 패싱 주장의 골자다. 대구는 3조3천여억원을 요구해 약 4천억원이 깎였고, 경북은 5조4천705억원을 건의해 3조1천635억원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한국당 의원(김천)이 지난달 말 열린 국회 예결특위에서 “지역 예산 2조7천여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내년도 국가예산이 9.8% 늘었고 광주·전남 등 다른 지방정부는 수천억원 증액과 같은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니, 숫자상으로 보든 정황상으로 보든 차별과 ‘패싱’이 명백하다.

대구시와 경북도, 한국당의 이러한 주장에 민주당은 홀대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급기야 패싱공방이 진실게임으로 비화됐다. 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TK) 홀대가 결코 아니다”라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도 살펴보도록 요청을 했는데 TK지역은 2년 전에 거대 SOC사업이 끝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지 못해 매년 국비 요청 절대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내년 예산이 다들 슈퍼예산이라고 하는데 실제 TK예산만 감액된 게 맞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K 차별론을 둘러싼 여야의 진실공방이 이쯤 되면 시·도민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통계와 마찬가지로 숫자 역시 놀음에 휘둘리기 쉽다. 이를 테면 논란이 된 대로 인구 336만명인 광주·전남 예산이 8조원을 넘는데 인구 516만명인 대구·경북 예산이 6조5천억원에 불과하다면 엄청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서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자체별 국비 확보 예산 규모는 해당 지자체가 발표한 숫자로, 집계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규모를 서로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경북은 건의사업에 대한 반영액을 기준으로 했고, 전남은 국비가 들어간 전체 예산을 발표했기에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예산 산출과 비교가 나와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차별과 홀대 의혹은 해소된다. 여기엔 ‘아니’라고 해 온 민주당이 먼저 응답해야 할 것 같다.

지방정부가 발표시점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 예산액을 발표한다는 일침(一鍼)도 맞다. 해를 넘겨 지속하는 사업의 예산도 전체 예산에 포함하기도 하니 지방정부 간 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TK홀대론’이 단일한 예산 산정 기준에 의해 비교·검증돼야 마땅하다. 이 또한 아니라고 한다면 이젠 정부가 그 근거를 내놓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 패싱론이 국비 확보 실패에 대한 변명이라는 비판 역시 타당하다. 경북도의회는 도의 국비건의액 자체가 매년 줄어든 데다 신규사업 예산 확보마저 감소하면서 예산확보에 실패했다는 질책을 내놓았다. 이철우 도지사도 신규예산을 발굴하지 못한 것에는 도가 반성해야 한다고 수긍했다.

패싱이든 예산확보 실패든 결과는 동일하다. 책임 소재만 다를 뿐이다. 사업의 종료로 자동 축소된 SOC 예산 외에도 지역특화사업 예산마저 대폭 잘려나간 만큼 오는 11월 예산국회에서 이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시·도민들 입장에선 TK패싱론은 정치적 변명에 불과하다. 대구시와 경북도, 여야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 홀대론의 진실공방에 이어 책임공방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 TK 패싱론은 진보정권 내내 해마다 제기될 게 분명하고 시·도민들은 그 진위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를 알 권리가 있다.

진보에 포위된 대구시·경북도는 이제 마인드부터 새롭게 할 수밖에 없다. 이철우 도지사는 예산 확보도 기술이라고 했다. 보수정권 때에도 많은 예산을 가져간 호남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역차별’ 운운하며 표정관리를 하던 시대는 ‘아, 옛날’이다. 패싱은 온몸으로 막되 실패를 패싱으로 가리려 하지는 말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