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대구경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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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2   |  발행일 2018-10-12 제22면   |  수정 2018-10-12
비수도권 인구감소 악순환
살고있는 사람들 더 떠날 것
대구시와 경북도 협업 눈길
지역혁신인재 양성 통해서
사람들 머무는 지역 만들길
[최철영의 시중세론] 대구경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구소멸의 어둠이 강을 건너고 있다. 한국인은 2750년에 멸종하게 된다. 나라가 망하는 정도가 아니다. 사람이 있으면 망한 나라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아예 나라를 다시 구할 사람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입법정책 수요예측모형을 통해 예측한 결과다.

심각한 수준을 넘어 망조가 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다. 인구정책에 퍼부은 국가와 지방정부 예산이 수십조원 규모인데 결과는 늘 뒷걸음질이다. 인구증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현 상태를 유지라도 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0은 되어야 하는데 2017년 출산율은 1.05에 불과하다. 5년 전인 2012년 출산율 1.30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더 낮아진 것이다. 올해 전반기 출산율은 더욱 비관적이어서 0.97밖에 되지 않는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1.0 밑으로 내려갈 거라는 통계청의 분석이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이야기는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그저 숫자 놀음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덕분에 2035년 전후해서는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최대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그 이후 내리막길이라지만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충격은 최소한 내가 살고 있는 동안의 내 걱정은 아니다.

정말 그럴까. 아니 그렇지 않다. 걱정해야 한다. 내가 수도권에 살지 않는 한 인구감소문제는 남의 일도 아니고 나중 일도 아니다. 당장 경북의 여러 시·군이 인구감소로 인해 단기간에 소멸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내 고향이 살생부에 올랐다는 것이다. 비록 감소율이 낮다고 하지만 대구의 인구도 줄고 있다. 내 생활의 기반이 불안해진다. 인구감소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돈 쓸 사람이 줄어들면 장사도 안되고 극장이나 공연장을 만들 이유가 없다. 인력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는 지역에 기업이 들어올 일도 없다. 일자리가 없는데 외부에서 사람들이 와서 살지 않는다. 지역 재정은 바닥나고 젊은 활기를 잃은 동네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도 떠나려고 한다. 학생이 없어 대학이 문을 닫는 일은 벌써 현실이 되어 있다.

다행히 대구시와 경북도는 최근 이를 해결할 묘수를 찾아낸 듯하다. 대구경북이 상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지역혁신인재 양성프로젝트’다. 인재양성이라지만 대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구경북지역의 미래신산업을 육성해서 사람들이 머물고 모이도록 하자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물 산업, 미래형전기자동차, 로봇과 ICT, 바이오 분야 등 대구경북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기업에 맞춤형의 뛰어난 인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는 지역기업을 좋은 회사 그리고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미래로 이끌어 나간다.

이를 위해서 대구경북지역의 기업 대표들과 대학 총장들 그리고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공공분야기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협약도 체결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일종의 ‘지역사회협약’이다. 협약이 실행되면 기업은 지역의 인재를 우선 채용해서 지역인재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나가지 않도록 한다. 지역기업의 일자리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 지방정부는 예산을 지원해 급여수준을 높인다. 대학은 지역특화산업 분야가 요구하는 현장중심 교과과정을 마련해서 꼭 필요한 전문인력을 기업에 제공한다. 대학이 최고의 인적자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장학금과 현장인턴 및 해외연수 그리고 졸업 후 최소 취업보장을 하는 데 공공예산을 투입한다.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활력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인구감소는 대구경북의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에 풀어야 할 화급한 문제다. 비수도권인 대구경북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사회협약’을 통해 마련되는 미래신산업 인재양성프로젝트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대구경북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희망이 된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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