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담장

  • 남정현
  • |
  • 입력 2018-10-11   |  발행일 2018-10-11 제39면   |  수정 2018-10-11

담장의 기능은 건축물이나 넓게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또 집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한 것과 공간을 구분짓는 역할도 있다. 서민주택의 담은 집터의 경계 안과 밖을 구별하는 기능으로 쌓는 성격이 강한 반면 상류주택이나 궁궐 등은 외부에 대한 방어적인 기능이 크다. 각종 국가 기관이나 자치단체 등은 얼마 전까지 담장을 두르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위압감을 주는 의도까지 있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거창한 모습이 많았다.

지구상 최대의 건축물로 꼽히는 중국의 만리장성도 실제 북방민족의 외침을 막기 위한 것보다 국가의 경계를 나타내려 한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성의 높이나 연속성을 살펴본 결과 상징적 의미의 장성으로 보인다는 것이 분석 결과다. 이처럼 담장의 역할이 현대로 올수록 외부의 적을 방어하기보다 경계의 표시나 경관의 하나로 바뀌는 것 같다. 많은 관공서 건물이 딱딱한 이미지의 담장을 허물고 자연석과 조경수를 이용해 공원화했다. 주택단지 주민들도 공동으로 담을 헐어 마을 전체를 공원처럼 꾸미기도 한다.

관공서나 민간 주택이 담장을 없앨 수 있는 것은 높아진 시민의식도 있지만 곳곳에 설치된 CCTV 덕이다. 골목골목 설치된 것은 물론 웬만한 가정집에도 보안카메라가 있는 데다 차량마다 부착된 블랙박스도 수상한 사람의 행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절도 등 대부분 생활 주변 범죄는 상당수 CCTV에 적발돼 해결된다. CCTV가 만능해결사는 아니지만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담장을 허물었던 학교에서는 다시 철책을 두르는 사태가 벌어진다. 학교 안에서 외부인들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면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함부로 외부인이 교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범죄가 발생한 뒤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것은 안 되지만 외부인들의 접근을 막는 방법이 철책뿐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철책이 공사비도 적게 들고 설치도 쉽지만 옛 조상들처럼 탱자나무 울타리를 두르는 등 경관을 살리면서 내부인들을 보호하는 현명한 대안을 찾아볼 일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