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북핵 낙관론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0-11   |  발행일 2018-10-11 제38면   |  수정 2018-10-11
北이 개방하면 핵 필요없다?
그럴 경우 신흥중산층 형성
김정은 독재 지속 용납안해
서방까지 끼어들 빌미 생겨
이런 상황 차단하려는게 핵
[차명진의 정치풍경] 북핵 낙관론

“김정은은 정말 핵을 폐기할까요?” 현 정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그렇다. 김정은이 개방의 길을 막는 핵을 굳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답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북이 개혁개방을 했다고 칩시다. 시장을 지배하는 신흥 중산층이 형성될 것이고 그들이 김씨 독재의 지속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권세력의 민주화 운동 탄압으로 인해 인권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유엔과 서방세계가 모른 척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북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서방의 개입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핵무기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한 나라의 집권세력은 예외 없이 내부의 민주화 물결에 의해 권력을 빼앗겼습니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남아프리카의 백인 정권, 리비아의 카다피가 그렇습니다. 김정은도 이 사례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소수가 “우리가 북과 절친이 된다면 북핵이 겁날 게 뭡니까”라고 답합니다. 북이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공산당 주도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서방이나 남한에서 이를 지원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길입니다. 소련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중국의 덩샤오핑 개혁이나 중국 견제의 의도를 가진 미국의 지원을 받은 베트남의 도이모이가 모델입니다. 이 경우 핵폐기는 점점 주요 이슈에서 밀려날 것입니다. 북은 핵폐기를 늦추거나 단 한 발이라도 저장해 두려 할 것이고, 서방도 굳이 완전한 핵폐기를 압박해서 서로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핵 가진 북을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것이 쉽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행을 보면 이 길로 기우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트럼프는 최근 북핵 폐기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 서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도 북핵해제와 규제해제의 동시병행이라는 살라미식 방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야말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적습니다. 미국이나 남한의 야당이 북핵의 조기 폐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정당이 10년 이상 장기집권한 사례는 없습니다.

시사만평가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