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비키니 입어서 안된다고?…쿠웨이트 도서검열 강화

  • 입력 2018-10-02 00:00  |  수정 2018-10-02
의회 보수 세력 확대에 정부, 검열 강화…현지 독자·작가들 반발

 쿠웨이트 정부가 최근 도서 검열과 금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웨이트 의회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보수 세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갈수록 더 많은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쿠웨이트 정부의 검열 대상이 된 책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부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이 들어간 백과사전, 디즈니의 '인어공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체의 청년상인 다비드상에는 국부를 가리는 무화과 잎이 없고, 인어공주는 상의가 비키니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금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쿠웨이트는 보수적인 페르시아만에서 자국을 지적 자유의 섬으로 여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유지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8월 쿠웨이트 정부는 2014년 이래 4천390종의 책을 금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해에만 수백 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한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문학작품도 많이 포함돼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경우 아내가 벌거벗은 남편을 보는 장면 때문에 금지됐다.


 쿠웨이트의 독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집 서가에 금서가 쌓여있는 사진을 올리며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일부는 이 같은 검열이 대부분 지역 서점이나 출판사에 적용돼 해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배송받으면 금지 조치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꼬집기도 했다.


 한 쿠웨이트 검열반대 단체의 활동가는 "이제 책은 마약처럼 되고 있다"면서 "금서 거래상을 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현지 활동가와 작가들은 이 같은 도서 검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달 세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쿠웨이트 정부는 지난 5년에 걸쳐 20만8천 종의 책 가운데 4천300종만 금서로 지정됐다면서 이는 전체의 2%에 불과하며 일부 책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금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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