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우울증 진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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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07:44  |  수정 2018-09-18 07:44  |  발행일 2018-09-18 제19면
나이·성별 따라 진단 기준 달라
우울한 기분만으로 단정은 금물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우울증 진단하기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다 우울증인가. 우울증으로 진단을 하려면 우울한 기분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우울한 기분 대신 다른 문제가 있어도 우울증이라 진단할 수 있을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약 68만1천명으로 최근 5년간 15.8%나 증가했고 그중 여성 환자들이 2배 이상이라는 건강보험공단의 분석 결과가 있었다. 여기에다 우울증은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우울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우울증’이라는 용어는 정확한 진단명은 아니다. 이 우울증이란 용어는 ‘우울을 느끼며 일상적인 생활에 조금의 지장을 주는 많은 마음의 문제’를 통칭해 부르는 용어 정도로 사용되므로 그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

공식적으로 우울과 관련된 기분장애로는 ‘주요우울장애’ ‘지속성 우울장애’ ‘파괴적 기분조절 부전장애’ ‘월경 전 불쾌감 장애’ ‘물질이나 약물에 의한 우울장애’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한 우울장애’ ‘기타 우울장애’ ‘상세불명의 우울장애’라는 이름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우울증은 ‘주부 우울증’ ‘고3병’ ‘빈둥지 증후군’ ‘중년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노인 우울증’ ‘신경성 우울증’ ‘반응성 우울증’ ‘경도 우울증’ ‘만성 우울증’ ‘이차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등의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식 진단명에는 각각의 중요한 진단 기준들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은 이렇다. 우선 ‘우울한 기분’이거나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둘 중에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하며 여기다 다른 증상 5가지 이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이 돼야 한다. 또 이런 기분들로 인해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이 있어야’ 한다.

즉 ‘우울한 기분’ 대신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만으로도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할 수 있으며, 2~3일 정도 우울하다고 해서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자신의 기능에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이 없다면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할 수 없으므로 우울증으로 함부로 진단하면 안된다.

게다가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우울증은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르므로 진단에 신중해야 한다. ‘월경 전 불쾌감 장애’는 가임기 여성의 월경 주기에서 두드러진 불안한 기분이거나 과민한 기분, 분노, 대인관계의 갈등, 현저한 우울 기분 등의 증상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여성들에게 특별히 월경과 관련돼 자주 나타나는 우울증상을 공식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진단명이다.

소아나 청소년들의 우울은 다른 모습이다. 우울한 기분보다 ‘분노발작’이나 ‘과민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분노발작이 일주일에 3회 이상 나타나거나 그사이 기분이 지속적으로 과민하거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이 화가 나 있을 경우에는 ‘파괴적 기분조절 부전장애’라는 진단명을 사용한다. 이는 소아나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우울 반응을 고려한 진단명이다.

노인들의 우울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노인들의 우울은 모호한 신체적 증상을 많이 호소하며 불안과 불면이 잘 동반 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차이는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치 치매 증상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이를 ‘가성치매’라고 부른다. 노인 우울증을 진단할 때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듯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진단 기준들이 다르므로 단지 우울한 기분이 있다고 우울증이라 쉽게 진단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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