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더 많은 나무로 시원한 대구를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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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4   |  발행일 2018-08-14 제31면   |  수정 2018-08-14

봄에는 미세먼지가 가슴을 답답하게 하더니, 요즘 더위는 아예 숨을 못 쉬게 한다. 좀 덜 덥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태풍 ‘야기’의 경로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 기상청과 미국, 일본이 각각 다른 경로를 예측했는데 불행히도 우리의 관측이 들어맞아 이 폭염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란다. 그때까지 어떻게 견딜까 막막한 한편, 내년 여름에는 더 더울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런 추세로 여름 기온이 올라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어느 선까지 죽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조경수로 심겨 있는 소나무가 집단 고사(枯死)하여 말썽이다. 나무가 붉은색을 띠다가 종국에 죽어가는 모습은 이 고속도로를 지나간 숱한 사람이 목도했다. 그 소나무들은 왠지 보기에 불안했다. 형상비(形狀比·나무의 높이를 흉고직경으로 나눈 값)가 높은, 가늘고 긴 나무였다. 필시 조경수로 길러진 나무가 아닌, 나무가 빽빽한 숲속에서 캐어낸 소나무였을 것이다. 조경 전문가들은 숲속에서 채취한 소나무를 적응기간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도로변에 심었기 때문에 말라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경 시공사는 죽었거나 병든 나무를 베어내고 그곳에 다시 나무를 심는, 보식이라는 하자보수를 해야 한다. 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커온 소나무 수백 그루가 2년도 못 견디고 베어져 나가는 것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나무 심기의 실패다.

가장 더운 도시 서열에서 대구가 서울, 대전, 청주에 이어 4위로 밀려났다는 소식이다. 모든 도시의 기온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최고 더운 도시 자리를 내준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마땅한지 모르겠으나 그 이유만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대구시가 1996년 시작한 나무 심기 운동으로 푸른 도시가 된 것이 뜨거운 도시 1위를 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권영진 시장이 임기 내에 나무 1천만 그루를 더 심고 도시 숲 100개를 조성한다니 기대가 된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 뿐만 아니라 잎이 증산작용을 할 때 기화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변의 기온을 낮춘다. 또 나무는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도 제시됐다. 제대로 된 나무 심기로 숨 쉬기 편한 대구가 되길 기대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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