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쌀밥과 식스팩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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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3   |  발행일 2018-08-13 제31면   |  수정 2018-08-13

의학적 용어 ‘아도니스 콤플렉스(adonis complex)’는 남성외모집착증으로 불린다. 여기에서 아도니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을 뜻한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애인이었던 그가 죽으면서 떨어진 선혈 자리에서는 아네모네라는 꽃이 피었다는 신화도 전해 내려온다.

10여 년 전 미국에서는 아도니스 콤플렉스가 들불처럼 번져 사회적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2001년 하버드 의대 해리슨 포프(Harrison G. Pope) 교수는 저서를 통해 아도니스 콤플렉스는 새로운 사회적 신드롬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남성 수백만명이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수많은 젊은이가 근육강화제를 복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등생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이 생겨 우울증에 빠질 정도라고 당시 세태를 꼬집었다. 심지어 인종·성별·종교·이념에 이어 제5의 사회적 차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된 2004년에 영화 주인공의 식스팩 복근은 수많은 남성의 몸 만들기 붐을 일으켰다. 근육질로 잘 다져진 몸은 유행으로 번져 어느새 연예인들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 됐다.

최근에는 쌀밥만 먹어도 근육질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쌀밥과 식스팩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조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 3월 농촌진흥청은 빵보다 쌀밥이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쌀밥 시험 대상자들의 체중과 허리둘레는 평균 800g과 0.4㎝ 감소한 반면 빵을 먹은 시험자의 허리둘레는 평균 1.9㎝ 증가했다는 것이다. 쌀밥 식단으로 체중은 최대 11㎏, 체지방은 42%가 각각 감소했다는 농진청 발표를 보면 빵에 비해 쌀밥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매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으로 전년도에 비해 0.1㎏ 줄었다. 2008년 75.8㎏과 비교하면 10년 새 14㎏이나 감소했다. 쌀 소비 감소로 논을 사라지게 만들어 농업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풍요로운 삶을 주는 쌀밥으로 건강을 챙기면서 농민들의 한숨도 달래 줬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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