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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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1   |  발행일 2018-08-11 제23면   |  수정 2018-09-21
20180811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기상관측 사상 우리나라의 최고온도를 갈아치우게 되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고온은 일상적인 생활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기상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40℃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적인 대책으로 바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폭염 역시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전기세 누진율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 이런 법안은 몇년 전에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처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논의가 되고 있다. 에너지절감 정책 역시 지지부진하다. 에너지절감 정책은 산업의 확장과 충돌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가 항상 커지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축소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우리는 언제 이 야단을 쳤나 싶을 정도로 평온해질 것이다. 그리고 6개월만 지나면 당장 내일 얼마나 추울지 걱정을 하지, 지난 여름에 얼마나 힘들었나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다음 여름에 얼마나 고생을 할지 가끔씩 걱정은 할지언정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가 풍경을 볼 때 가까운 것은 세밀하게 볼 수 있지만 멀리 있는 것은 대강 보인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앞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지만, 먼 미래의 일은 대강 그려볼 수밖에 없다. 당장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고 어떤 조치를 하지만, 먼 미래의 일은 희미하게 그리다 보니 나와 큰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해서 비정상적인 소견이 나오면 곧 죽을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먼 미래에 내 몸을 망치게 될 흡연이나 과음은 당장의 일이 아니니 거리낌없이 하지 않는가.

이런 우리의 본성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어렵게 만든다. 20년 전에도 그랬다. 화석연료를 이렇게 태우다가는 미래에 온난화로 큰 재앙을 맞을 것이란 측과 화석연료와 온난화의 관계는 근거가 없다는 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정보로 볼 때 잦은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는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게 명백하다. 재미있는 건 이런 사달이 난 지금도 양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화석연료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온난화를 가중시킨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나는 20년 전부터 최소한 출퇴근은 두 다리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온전히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신념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내가 직접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어렵게 고민할 필요 없이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었다. 길거리에 매일 수많은 자동차들이 한꺼번에 태우는 화석연료를 줄이기만 해도 온난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를 위해 구석구석 도로를 포장하는 것 역시 폭염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자동차가 늘 주차장에 서 있게 되었고, 두 대나 되던 자동차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한 대는 처분을 하게 되었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으니 지식이 쌓이고, 세상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 물을 아껴 쓰는 것,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아놓는 것,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을 이용하는 것 등등. 이 중에 당신은 어떤 것을 실천하고 싶은가? 이 모든 실천방법을 다 모아보면, 결국은 우리가 이제는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어떻게 지속가능하며 작고 단단한 경제를 꾸리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를 몰고 헬스클럽에 가서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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