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국토대청결운동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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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23면   |  수정 2018-08-10
[조정래 칼럼] 국토대청결운동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과녁이 됐다. 매장 내에서 고객에게 일회용 컵을 제공했다가는 업소가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환경부는 이같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지방정부에 단속 지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부과시점과 점검 기준 마련을 위한 현장조사와 준비작업 미흡 등으로 혼선이 제기됐고, 단속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업소의 불만과 고객의 불편은 볼멘소리로 터져나오고, 예의 속도조절론까지 나온다. 단속과 과태료 부과 등으로 겁박해 점주들을 ‘알아서 기도록’ 한 정부의 관료적이고 편의주의적인 관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대의적 명분과 목적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일회용 컵으로 대표되는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의 오·남용은 도시농촌을 가리지 않고 이제 지구를 덮고도 남을 만큼 심각하다. 우리 국민이 연간 사용하는 일회용 컵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 국토가 일회용품 무단 폐기·방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시급하다는 건 지구촌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일이라 국가와 정부가 우선적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만 대뜸 출구를 막고 단속부터 하고 나서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출구보다는 입구를 관리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정책이 사용 억제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출구 감축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하천변이나 바닷가에서 일회용품은 물론 가스용기에 이르기까지 소각되는 일상을 소비자 주민들의 낮은 환경의식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같은 풍경도 바로 우리의 쓰레기 양산 라이프 시스템이 산출한 그림이다.

정부 대책이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체계를 갖춰야 불편을 감수하고 원시로 돌아가라는 국가적 명령도 명분과 실행력을 확보하게 된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 컵을, 비닐 봉투 대신에 장바구니를 활용하려는 소비자의 작은 실천은 지구를 살리는 ‘소확실’이 확실하다.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지구 수비대로 거듭날 소비자의 자각과 동참이 요체다. 일회용품의 생산·제공 차단과 사용·투기 자제가 병행돼야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 더위 단상이 꼬리를 물고 문다. 이상기온이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어떻게 될까, 올해 같은 더위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이 추세대로라면 우리의 미래세대가 겪고 극복해야 할 ‘더위와의 전쟁’은 얼마나 지독할까. 기후온난화가 우리 세대의 잘못으로 초래된 재앙이고 그 결과 인류의 멸종을 걱정해야 할 수준으로 악화된다면,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부른다면, 우린 지구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미구(未久)의 어느 순간이 바로 지구 종말의 날이지 않을까.

멸망으로 치닫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국토대청결운동이 필요하다. 용어부터 국가주의 냄새가 풍기고, 독재시대의 유물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감도 없지는 않지만 뭐 이름이나 명칭이 대순가. 지향하는 바 목적이 대의에 부합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 또한 그르지 않다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후인들에게 비로소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솔선수범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국토대청결운동은 제2의 새마을운동과 녹화사업으로 전승·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면 어떠할까. 박정희 시대의 공과 중 가장 큰 업적은 누가 뭐래도 우리 고래의 농산어촌의 상부상조 전통을 새마을운동으로 명명·착근시킨 일과 붉은 민둥산을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산으로 변모시킨 역사라 할 수 있다. 캠페인에 걸맞은 좋은 이름, 아름다운 작명이 새마을 노래처럼 일상에서 울려퍼지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일회용품 줄이기는 금수강산 보존 운동으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국토대청결운동은 기후온난화 시대에 안성맞춤한 역사적 소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국민·국가적 역량을 모두 결집해야 성공할 수 있는 지구촌적 과제이기도 하다. 재활용 불가 제품과 미분해 제품은 생산도, 사용도, 폐기도 하지 말자. 국토대청결운동의 목표는 원대해야 하고, 방편은 시작과 끝이 상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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