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꿈틀대는 환동해권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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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23면   |  수정 2018-08-10

지난주 중국 훈춘에서 열린 제24회 환동해거점도시회의 취재를 다녀왔다. 예년 회의처럼 특별한 내용이 없을 것 같아 취재를 갈까 망설였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훈춘으로 향했다. 북한·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훈춘의 변화된 모습도 보고 싶었다. 동해쪽 출구(항구)를 갖지 못한 중국은 훈춘을 거점으로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세운지 오래돼 그 변화상도 사실 궁금했다. 중국은 바다로 나가는 항구로 훈춘과 인접한 북한 나진항을 택했던 것이다. 4년전 훈춘을 방문했을 때 만나는 기업인과 교수, 정부 관계자들 모두 훈춘 등 환동해권의 발전은 ‘남북관계’라는 변수 때문에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그대로 적중돼 훈춘은 중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인구 100만명의 물류거점도시로 변모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 나라에서 11개 도시의 시장이 대부분 직접 참가하고 기업인과 정치인도 눈에 띄는 등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었다. 12개 회원도시 중 러시아의 나홋카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참여한 것이다. 이는 올들어 급진전된 남북 대화무드와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협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예년 회의에서는 부단체장이 참석하는 등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면 올해는 달라진 남북관계 속에서 회원도시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회의 내용도 상설기구인 환동해권 문화협력사무국 창설, 북한 동해안권 도시의 회원 가입, 환동해권내 기업 간 교류강화 및 민간교류 활성화, 상공회의소 등 민간경제단체의 경제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 제안되는 등 논의가 활발했다. 조만간 환동해권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변모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번 취재에서 만난 회원 도시 관계자들은 “그동안 환동해권 거점도시 회의가 회원 도시들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가 큰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킹을 통해 결실을 거둘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환동해권은 교통·물류면에서 지정학적 이점과 풍부한 지하자원 및 농수산 자원 개발 가능성 등으로 많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포항시는 오는 11월 개최하는 한-러지방포럼을 계기로 환동해권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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