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경계의 해체로 열리는 경제의 미래

  • 윤철희
  • |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22면   |  수정 2018-09-21
경계의 해체와 융합기술은
산업뿐아니라 삶에도 진행
가치상승 지속되진 않지만
혁신성장위해서는 불가피
인종과 성의 경계도 넘어야
20180810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한반도에 평화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남북한을 철도로 연결하는 논의로 이어짐으로써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섬으로 살아왔던 대한민국이 비로소 대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우리에게 주어졌던 지리적 경계가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경계의 해체’는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대표적인 분야가 산업이다. 산업분야에서는 기존 산업 영역의 한계를 극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융합기술이 발전되어 왔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통신, 콘텐츠 간 융합의 덩어리다. 기계와 전자산업이 융합해 메카트로닉스 산업이 발전했고, 로봇·드론·전기자동차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의 융합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1, 2, 3차 산업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은 이미 2차 산업으로서, 또 체험관광과 같이 3차 산업으로서 6차 산업이 되어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의 경험을 살려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는 2.5차 산업으로서의 지식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무역도 과거 비교우위이론에서의 산업 간 무역에서 산업내 무역, 상품내 무역으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생산과정에 글로벌소싱이 일상화되고, 글로벌기업이 당연시되어 세계시장에서의 ‘승자독식의 법칙’, 소수 소비자를 위한 생산이 규모의 경제를 갖춘다는 ‘롱테일법칙’ 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 차원에서 이업종 간의 교류 지원, 교육 분야에서도 융합교육이 제도화되고, 융합의 중심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융합과 경계의 해체는 산업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생산주체인 기업과 소비주체인 가계의 경계가 해체되어 프로슈머가 확산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빠른 반응이 제품 성능향상에 적용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소위 공유경제가 발달해 가계가 숙박, 차량서비스 등에서 영업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향후에는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가계가 직접 원하는 제품의 생산자가 되고, 재택근무를 통해 일터와 삶터의 경계가 흐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 4차 산업혁명은 사물과 인간의 결합,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이 주 내용이 될 것이라 예견되고 있다.

물론 경계의 해체를 통한 가치의 상승이 항상 지속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1980년대 말 미국에서 금융자유화, 규제철폐를 통해 금융산업 내의 칸막이를 제거했다. 제조업이 공동화된 경제에서 그나마 금융부문이 국제경쟁력을 가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부문의 규제 부활을 선언해야 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나누는 규제, 국민의 삶과 안전을 위한 규제도 철폐된 결과 공항, 철도, 전력 등 공공의 영역이 기업의 이익 추구 대상이 되어 시설노후화에 따른 사고, 기반시설 확장 억제 등을 겪어야 했고, 세월호와 같은 사고와 건물 화재 시 재난 수준의 피해를 겪어야 했다.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 공격의 결과 전 지구가 최악의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경계의 해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 주요 혁신기업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 출신인 것처럼 새로운 혁신은 경계선 너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창의계급을 강조한 미국의 R. 플로리다는 혁신의 조건으로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관용(Tolerance)의 3T를 들고, 그 중 관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 다문화사회는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보완적 역할을 넘어 발전을 선도할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인종과 성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 경계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상상력이 일상화되도록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기성세대들이 갖게 되었다. 우리 문화시장의 선제적인 개방 후에 자란 세대가 오늘날 한류로 세계에 뻗어나가고 있듯.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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