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새 경제부지사는 성과로 증명하라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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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9   |  발행일 2018-08-09 제27면   |  수정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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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경북부장

“부시장님의 고용승계를 위하여”. 지난해 언젠가 이런 건배사를 했다.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함께 자리한 당시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위해서였다. 그는 8년간 부시장을 지냈다. ‘초(超)장수’다. 대구에서 물·의료와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이가 바로 그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대구’만을 생각하며 일한 결과다. 사견을 전제로, 한두 마디만 얘기를 나누고도 그가 매우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성실한 공직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치 소년과도 같다. 상대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친화력, 그는 그런 매력을 품고 있다. 그 날 제의한 건배사는 덕담조(德談調)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민선 7기에서도 부시장을 계속 맡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공직자로서 도중에 정치권에 진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는 과거 부시장 취임 때 한 약속도 지켰다. 퇴임식에서 더 큰 박수를 받은 이유다.

김 전 경제부시장 재임 8년 동안 경북도에선 4명의 경제부지사가 바뀌었다. 초대 경제부지사 이인선씨는 4년을 했다. 경북판 ‘장수 부지사’였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김관용 전 도지사 재임 12년 동안엔 모두 6명의 경제부지사(정무 포함)가 바뀌었다. 대부분 선거 출마가 이유였다. 이 리스트엔 이철우 도지사도 포함돼 있다. 그는 2년2개월 정무부지사로 있다 2008년 퇴임했다.

잦은 경제부지사 교체는 경북도민 시각에선 ‘흑역사’다. 실로 중차대한 이 자리가 그저 선거를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피선거권이 있으니 그들의 선거 출마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잦은 교체는 기업·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등 경북도 경제행정의 차질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최근 새 경제부지사로 전우헌 전 삼성전자 전무를 내정했다. 첫 기업인 출신 경제부지사다. 그 관심만큼 인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경직된 공직사회에 삼성 마인드를”. 주로 이철우 도지사 주변의 긍정적 여론이다. 반면 “행정 초초보(超初步)가 지역·중앙 가교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등 부정적 여론도 있다. 그의 내정을 두고 ‘보은성 인사’라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나돈다. 아울러 경북도 투자유치특별위원회 인선도 뒷말이 흘러 나온다. 과거 정치적 구설에 오른 인사를 공동위원장에 앉힌 것을 두고서다. 이 도지사의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경북도 새 경제부지사에 대해선 낙관도 비관도 아직 이르다. 다만 그가 ‘사심없는 경제부지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심 새 경제부지사는 TK가 아닌 다른 시·도 출신의 적임자이길 바랐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일 터. 대신 전 내정자는 공식 임명받는 날 공언(公言)해 달라. “재임 중 선거 출마는 없다. 오로지 경북만 보고 일하겠다”고. 또 ‘직언할 줄 아는 경제부지사’가 됐으면 좋겠다. 옛 중국 당 태종의 충신 위징을 본보기로 삼길 바란다. 그는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라가 태평을 누릴 때도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임금에게 직언했다. 임금은 내심 위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정적 순간엔 항상 그의 말을 들었다. 요즘 경북도 고위 간부들이 도지사 행보에 대해 ‘예스(yes)’만 외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적이 실망스럽다. 새 경제부지사는 결코 이를 배워선 안된다. 도지사가 오판을 할 경우엔 주저말고 쓴소리를 하라.

경북도 새 경제부지사와 투자유치특위 공동위원장들은 스스로 ‘사심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소임을 다하고 성과를 내는 길밖에 없다. ‘대기업 이탈’이 발등의 불이다. 경북의 새 경제 컨트롤타워는 우선 ‘구미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수호(守護)’에 승부를 걸어라. 능력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다.이창호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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