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사회적 책임

  • 허석윤
  • |
  • 입력 2018-08-02 00:00  |  수정 2018-09-21
20180802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책임’이란 임무를 다하지 못하면 꾸지람을 듣고 비난을 받아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의 주검을 기억하고 있다. 70만원이 든 봉투에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집주인에게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세 모녀가 동시에 자살한 사건이다. 국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크게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명의는 누구일까? 큰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다. 병이 생기기 전에 그 사람의 상태를 알아보고 음식과 운동으로 병에 안 걸리도록 처방해주는 의사다. 이런 명의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공로가 큰 분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보험료 부과와 관련하여 18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과중하고 고소득 피부양자는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보험료 부과와 관련하여 연간 6천여만건의 민원에 시달려 왔다. 재산에 대한 과다 부과, 성·연령별 부과,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에 대한 부과, 고소득자 피부양자 인정 등으로 민원인을 설득하기가 힘이 들었다. 소득이 전혀 없던 송파 세 모녀 가구에도 월 4만7천60원이 부과됐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 드디어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향하여 그 첫발을 내디디게 됐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격차를 해소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형평성을 맞추었다. 소득 있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송파 세모녀와 같은 가구에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소득 500만원이하 지역가입자 가구에 성별·연령, 재산, 자동차 등으로 소득을 추정해 부과하던 평가소득은 폐지하고, 연소득 100만원이하 가구에 최저보험료 1만3천100원 부과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했다. 재산금액 5천만원이하 가구는 재산 수준에 따라 500만원에서 1천200만원을 공제한 후 보험료를 부과하고, 자동차는 보편적인 생활수단으로 인정하여 4천만원이상 고액 승용차와 중형차(1,600~ 3,000cc)의 경우 30% 감액하여 부과한다. 노후 자동차(9년 이상), 생계형(승합·화물·특수차) 자동차 및 소형차는 보험료 부과에서 면제 받게 된다. 서민층 지역가입자의 77%인 589만 가구의 보험료가 평균 2만2천원 낮아졌다.
 

그러나 소득 상위 2~3%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인상된다. 연소득 3천860만원 초과 소득자와 재산과표 5억9천700만원 초과 지역가입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제적 능력이 충분함에도 무임승차(free riding)한 피부양자 35만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소득이 높고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전통정신을 계승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험료 부담을 기꺼이 수용하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시작으로 더욱더 공정하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급여 보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사회보장제도로 발전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전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나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게 그 기초를 튼튼히 다져 세계 최고의 제도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장 영 재( 건강보험공단 대구북부지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