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주문양복연맹 대구총회에 부쳐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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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9 00:00  |  수정 2018-10-01
20180729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아시아 11개국 맞춤양복 명장들이 대구에 옵니다.
 

세계 맞춤양복 패션을 선도하고 각국을 대표해 명예를 걸고 오시는 맞춤양복 장인들이 오늘부터 내달 4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맞춤양복인들의 축제 한마당인 '제27회 아시아주문양복연맹총회' 참석차 대구에 들르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구총회 기간 동안 한복 패션쇼·대학생 패션쇼를 비롯해 장인 정신의 혼을 담아 자신의 작품으로 기량을 겨루는 국제패션쇼, 베스트드레서 시상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합니다. 아울러 틈틈이 대구 곳곳을 찾아 관광하며 대구의 참모습을 추억에 담을 것입니다.
 

시도민 여러분, 대구·경북이 어떤 곳입니까. 대구는 동서양 문물 교역과 문화교류의 통로였던 비단길(실크로드)의 동쪽 끝, 찬란한 천년 왕국 역사를 지닌 신라의 전통과 정신을 이은 곳이자 통일 신라 왕국이 수도로 옮기려 했던 고을입니다. 
 

신라는 나라의 이름에조차 비단을 뜻하는 '라'(羅)가 들어갈 만큼 일찍부터 비단의 나라였습니다. 신라의 비단은 당시 바다 건너로 수출되고, 그 곳 귀족 상류층은 신라 무역사절단을 기다려 살 만큼 인기 품목이었습니다.
 

특히 신라는 서기 32년 유리왕 시절부터 길쌈 대회를 열었고, 성적을 따져 이긴 편에 상을 내리고 축하했습니다. 신라 길쌈 대회는 신라 비단과 국호(國號)와도 잘 어울린 행사였습니다. 길쌈은 섬유를 만들어 피륙을 짜내기까지의 수공(手工)을 말합니다.
 

신라 길쌈 대회 전통은 오늘날 한국 근현대산업화의 주역인 섬유산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섬유산업은 바로 대구에서 꽃을 피웠고, 대구는 섬유산업의 메카가 됐습니다. 대구가 섬유패션도시로서 여러 정책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들이 길쌈대회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구에서의 아시아주문양복연맹총회 개최도 당연한 결과로 여겨집니다. 그동안 2년 주기의 아시아 총회가 2차례, 세계 총회가 3차례 한국에 유치됐지만 모두 서울에서만 열렸습니다. 지방에서는 처음 대구에 유치한 이번 아시아총회가 지금이라도 열리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아시아 주문양복인 중에는 대구 방문이 처음이거나, 대구에 국제선 비행기가 운항되는지도 잘 몰랐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회를 계기로 대구의 오랜 섬유 전통과 역사, 살맛나는 풍경, 정겨움 등 대구의 참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시·도민 여러분,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맞춤양복인들의 정성을 모아 준비한 대구 총회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또 이번 대회를 위해 정성껏 마련한 패션쇼 등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시어 이번 총회를 통해 대구·경북 섬유 전통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태식 제27회 아시아주문양복연맹총회 대회장(한국맞춤양복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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