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동성로 ‘애비뉴8번가’ 이야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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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7   |  발행일 2018-07-27 제41면   |  수정 2018-07-27
진골목·동성로 통하는 핫 푸드존…타임머신 같은 쇼핑로
● 역사와 쇼핑이 한 공간에 뭉쳐진 신개념 헤리티지 로드몰로 불리는 동성로 애비뉴8번가. 핫한 메뉴를 앞세운 푸드코트가 몰을 관통하는 75m 쇼핑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광장에는 365일 네버엔딩 파티 같은 플리마켓과 각종 공연이 펼쳐지게 된다.
● 우리 모두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애비뉴 8번가 광장은 SNS와 연계돼 수시로 행사가 벌어진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때 심야 응원전도 펼쳐졌는데 이때 참가자에게 무료로 생맥주가 공급됐다.
● 애비뉴 8번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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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쇼핑이 한 공간에 뭉쳐진 신개념 헤리티지 로드몰로 불리는 동성로 애비뉴8번가. 핫한 메뉴를 앞세운 푸드코트가 몰을 관통하는 75m 쇼핑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광장에는 365일 네버엔딩 파티 같은 플리마켓과 각종 공연이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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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애비뉴 8번가 광장은 SNS와 연계돼 수시로 행사가 벌어진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때 심야 응원전도 펼쳐졌는데 이때 참가자에게 무료로 생맥주가 공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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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뉴 8번가에는 현재 20여 푸드 업소가 입점해 있다. 태국식 샤부샤부 전문 MK수끼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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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뉴 8번가 광장.

빅터 그루엔.

건축을 전공한 오스트리아 출신 사내다. 그는 히틀러가 세운 나치의 압박을 피해 35세때인 1938년 미국으로 건너간다. 건축과 졸업장과 8달러, 그리고 영어 못하는 입만 갖고 있었다. 그는 이목을 집중시킬 기념비적 쇼핑 공간을 설계한다. 1949년 로스앤젤레스 외곽 웨스트체스터에 세운 밀리론즈 백화점. 아파트, 사무실, 병원, 육아시설, 도서관, 방공호까지 갖췄다. 평소 골칫거리였던 주차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할 만큼 충분한 주차시설까지 갖춰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1956년 또 다른 카드를 내민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 사우스데일 쇼핑센터를 세운다. 미국 최초의 쇼핑몰이다. 이때 두 개의 대형 백화점 사이에 초대형 쇼핑스트리트를 걸쳐 놓는다. 중심에는 5층 높이의 거대한 돔 천장이 있고 그 아래에는 광장이 세팅된다.

석재 서병오 고택 위 세워진 ‘로드몰’
동성로 동·서쪽 묶는 새 버전 랜드마크
먹거리쿠폰 포함 공연티켓 미니콘서트
힙합·랩·EDM 등 다양한 공연 세몰이
문화·예술·패션 365일 네버엔딩 파티존
1층 달인먹거리존·2∼3층 외국요리존
국내외 스타일리시 푸드숍 20곳 포진


◆ 도심에 부는 헤리티지 로드몰

대구 유통 인프라를 혁파하려는 두 명의 ‘대구의 그루엔’이 있다. 지난 6월2일 중구 동성로 3가 8. 거기서 탄생된 ‘애비뉴8번가’(이하 애비뉴)의 김승곤, 그리고 오는 9월초 중구 종로 금고골목 초입에서 그랜드오픈될 예정인 ‘종로문화 100년 피어나길’의 윤금식. 두 곳의 공통점은 대구의 과거 인프라를 쇼핑몰 수단으로 삽입시켰다는 점이다. 이 공간은 역사가 숨쉬는 쇼핑몰 같은 ‘헤리티지 로드몰(Heritage roadmall)’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향토역사관을 품은 상가 같다. 핫한 식당을 통해 쇼핑객을 불러들이고 그걸 통해 다양한 판매망을 형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공간은 대구 근대관광투어의 거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1천500여 명의 홍콩과 대만 관광객이 치맥 도시 대구의 정서를 치킨요리 시식체험으로 즐기기 위해 애비뉴를 스쳐갔다.

애비뉴를 훑어보기 전에 대구 도심의 개발사를 들여다봤다.

일제강점기 때 형성된 지역 중심가 건축물. 대다수 1960~70년 신축된다. 그 건물은 2000년을 넘어서면서 너무 노화돼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된다. 이 연장선상에 중구청 주도의 ‘대구근대골목’이란 문화관광벨트가 형성된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대구의 상업시설도 여러 방식으로 통폐합된다. 맨 먼저 오랫동안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던 극장부터 새롭게 이합집산한다. 아세아·대구극장은 유료주차장, 한일극장은 2000년 의류 쇼핑몰 엑슨밀라노와 맞물린 복합상영관으로 변모한다. 만경관도 최근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만경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노후된 동네는 한데 뭉쳐져 아파트, 대형마트, 영화관을 앞세운 쇼핑몰 등으로 신축된다. 한때 대구국세청 자리였고 후에 대구 도심 쇼핑몰의 신기원이 되는 ‘밀리오레’는 파산한다. 그 건물은 다국적 호텔 브랜드인 ‘노보텔’이 인수해 현재 비즈니스호텔로 잘 나가고 있다. 이에 앞서 중앙네거리엔 학원서림을 품은 ‘영플라자’, 이어 약전골목권엔 ‘현대백화점 대구점’, 이 흐름은 달서구 ‘모다아웃렛’, 이어 동대구역세권과 맞물린 ‘대구신세계백화점’으로 피어나 새로운 유통시대를 연다. 귀빈예식장 자리는 ‘대백아웃렛’이 들어섰다. 서문시장도 푸드트럭과 다양한 버스커들의 공연을 앞세운 ‘야시장 마케팅’으로 기사회생하기 시작한다.

◆ 애비뉴8번가 스토리

애비뉴. 이곳은 영남 풍류의 리더였고 르네상스맨의 유전자를 가졌던 한말 영남 서화계의 거봉이었던 석재 서병오의 고택 위에 세워졌다. 그 고택은 훗날 농협 건물이 되었다가 오래 방치된다. 6년 전 이 공간의 강점을 처음 감지한 김승곤 회장. 순간 기발한 고민을 하게 된다.

“중앙로의 동쪽, 젊은이의 공간인 동성로는 너무 유채색이고 그 서쪽 구역은 실버세대한테 장악돼 너무 무채색 거리인 것 같았어요. 그게 서로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서로 장점도 있는데…. 그래서 모험을 했죠. 동성로 상권의 동과 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간에 새로운 버전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로드몰을 세웠죠. 그게 애비뉴입니다.”

고풍스러움을 위해 중국에서 직접 고벽돌을 수입했다. 과거의 흔적을 상징하는 석재의 동상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그마한 포켓 갤러리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현대적 감각을 위해 지역의 대표적 플로리스트인 ‘림드플레르’ 신효림 대표의 노하우를 아웃소싱해 광장을 녹색존으로 치장했다. 또한 공연 못지않게 댄스의 중요성을 감안, 한때 지역의 대표적 춤꾼이었고 이젠 온라인마케팅전략가로 변신한 A&B 프로젝트 조원규 대표를 통해 지역의 춤꾼과 래퍼 등을 노출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공연을 위해 뮤지션 현설을 불러 먹거리쿠폰이 포함된 티켓을 팔아 지난 21일 광장에서 미니콘서트를 가졌다.

애비뉴의 동선은 좀 특별하게 설계돼 있다. 애비뉴의 북쪽은 바로 진골목, 동남쪽으로 나가면 동성로로 연결된다. 한쪽은 근대, 한쪽은 모던한 감각의 현대, 한쪽은 올드(OLD), 한쪽은 뉴(NEW) 존이었다. 수평과 수직의 건물 중심부가 뻥 뚫려 있다. 애비뉴 광장의 좌우로 연결되는 75m짜리 쇼핑로는 꼭 ‘타임머신’ 같다. 이 광장의 모티브는 2004년 서울 인사동에 등장한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쌈지길’. 애비뉴는 전국구 식당과 레스토랑·카페, 심지어 뷰티숍·학원 등이 공동전략을 펼치는 ‘푸드 앤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이다. 광장은 문화·예술·패션의 기운이 흘러넘치는 ‘365일 네버엔딩 파티존’이다.

가장 큰 파워는 역시 식당가. 별별 식당가가 총출동해 ‘관광먹거리쇼핑존’으로 불린다. 1층은 달인먹거리존, 2~3층은 외국요리존으로 짜여져 있다. 3층에는 관광객의 요리시식체험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개설해 청년창업 지원 업무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애비뉴에 오는 외국 관광객에겐 5천원을 지원해준다. 덕분에 지난 6개월간 1천500여 명의 시식객이 방문했다. 애비뉴는 마케팅홍보 총괄기획을 위해 신감각 SNS 마케팅 전문가 겸 파워블로거 전문양씨와 손을 잡았다. 전씨는 이번 애비뉴 마케팅에 플리마켓, 힙합, 랩, EDM 등 다양한 댄스 공연을 전면에 내세워 세몰이를 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백화점과 스포츠문화센터를 비롯한 정형화된 쇼핑과 예술문화코드에서 벗어나 유럽의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스트리트몰로 몰고 가려는 전략이다. 27~28일 오후 5시부터 5시간, 대구 대표의 플리마케터로 불리는 ‘런던트리’ 대표 손위정이 40여 명의 지역 셀럽을 몰고 와 푸드, 의류, 플라워, 맘앤키즈존 등이 가세한 신개념 장터인 ‘멜팅마켓’을 애비뉴에서 연다. 쇼핑몰이 순간 거대한 플리마켓으로 둔갑하게 된다.

◆ 애비뉴 푸드존

독특한 구조를 가진 푸드존을 둘러봤다. 예전 수성구 매머드 중식당 금룡 자리에 있었던 태국식 정통 샤부샤부 ‘MK수끼’. 그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애비뉴에 입점해 있었다. 1만원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가성비 높은 태국 샤부의 진미를 안겨준다. 마법의 소스, 그리고 아무리 식재료가 중첩되어도 항상 담백한 맛을 보이는 육수는 당연 이 집만의 강점.

이밖에 직영 어묵공장에서 나온 질 좋은 어묵으로 만든 크로켓·어묵샌드위치 등을 파는 ‘어화미당’, 캘리포니아롤 등 10여 종의 각종 스시롤을 파는 ‘스노우피’, 중국 정통 훠궈와 양꼬치는 파는 ‘칭베이’, TV 생활의 달인에서 탕수육 강자로 출연했던 박재천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촨차이307’, 뉴욕스타일의 아보카도버거 등을 맛 볼 수 있는 ‘뉴욕 B&C’, 이탈리안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가 즉석에서 만드는 떡볶이 전문점 ‘요미떡볶이’, 1만원 이하 저렴한 가격의 채끝스테이크를 앞세운 ‘더#스테끼’, 안동 출신의 손맛 좋은 주인장의 깔끔한 한정식 ‘도둑밥상’ 등 국내 외식계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스타일리시 푸드숍 20개가 포진해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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