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밤과 잠

  • 윤철희
  • |
  • 입력 2018-07-17 07:56  |  수정 2018-10-01 14:09  |  발행일 2018-07-17 제19면
인간 몸·마음 시계도 24시간 주기
지구 시계와 다르게 움직이면 病
밤·잠 부조화땐 불면증 등 잠의 병
20180717
<곽호순병원장>

우리가 매일 자는 잠이지만 잠의 질은 매일이 다르다. 잠을 잘 잔날, 자다가 깬 날, 잠자리에 누웠으나 눈만 말똥말똥 한날, 악몽을 꾼 날, 온갖 잡스러운 꿈을 수없이 꾼 날, 선잠 잔 날, 꿀 잠 잔 날, 낮잠을 자서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 날, 새우잠 잔 날 등 다양한 잠의 형태가 존재한다.

지구는 태양을 바라보며 24시간을 주기로 한 바퀴 돌고, 그래서 낮이 있고 밤이 있고, 인간은 그 지구에 실려서 그래서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이것이 건강한 주기다. 인간의 마음속에도 시계가 존재하며 이 또한 24시간 주기로 이뤄져 있는데 이 마음의 시계가 지구의 시계와 다르게 움직인다면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는 분명히 걱정스러운 병으로 나타난다. 이 주기가 깨어져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들은 이 주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다. 그런데 현대인의 삶은 이 주기가 깨질 일들 투성이다. 낮보다 더 화려한 밤을 즐기거나,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야근으로 해결하거나, 밤늦게까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하거나, 지구의 시계가 진행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거나, 야간 근무를 해야 하거나, 밤새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일 등이 밤과 잠의 아름다운 조화를 방해한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밤이 두렵다. 남들 다 잘 자는 밤에 혼자서 잠과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자신이 너무 두렵고 힘들어서 차라리 밤이 없었으면 할 정도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잠은 자는 것으로 모든 것이 활동을 멈추고 정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잠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비잠을 곱게 자는 아기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살포시 감은 눈꺼풀 안에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잠을 우리는 ‘급속안구 운동 수면’이라고 하며, 눈동자 움직임 없이 조용히 새근새근 자는 잠을 ‘비급속안구운동 수면’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 두 가지 잠은 정신생리학적으로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잠이다.

우선 급속안구운동 수면은 수면이기는 하지만 깨어 있는 수면이다. 이때는 왕성한 신진대사가 이루어진다.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고 심박출량이 많아지고 호흡수도 증가하며 혈압, 대뇌 산소 소비량 등이 높아진다. 이때는 생식기도 팽창하여 발기도 되고 정신활동이 증가하여 꿈을 꾸게 된다. 자는 것이 아니라 왕성하고 활기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비급속안구운동 수면은 많은 활동이 정지되고 많은 것이 회복되는 시기다. 이 시기는 뇌파도 느려지고 근육의 긴장도 없어지며 심박출량도 저하되고 호흡수도 감소되고 체온의 변화도 거의 없고 꿈도 꾸지 않는다. 정신생리학적으로는 하루 8시간 수면 동안 비급속안구운동 수면 70% 정도와 급속안구운동 수면 30% 정도의 비율로 이뤄지는 것을 건강한 수면으로 생각한다. 이런 비율에 문제가 오거나 불규칙하거나 너무 다른 주기로 나타난다면 바로 잠의 병이 되는 것이다.

잠의 병은 너무나 다양하다. 제일 많은 것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깨어 있어야 할 상황에서 지나치게 갑자기 잠이 몰려오는 ‘기면병’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수면 무호흡증, 수면-각성 주기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몽유병 등 많은 형태의 잠의 병이 있다.

잘 먹고 잘사는 것뿐만 아니라 잘 자는 것, 정말 귀한 것이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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