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솜방망이 처벌로는 ‘몰카’ 범죄 근절 못한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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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  발행일 2018-06-18 제31면   |  수정 2018-06-18

정부가 ‘몰래카메라(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몰카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은 데다 범인을 검거한다고 해도 처벌이 너무 미약해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몰카범죄는 예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고, 되레 몰카범죄는 더욱 활개를 치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이 지난 15일 발표한 몰카근절 대책은 과거에 비해 강화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우선, 특별교부세 50억원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5만여곳의 몰카 설치 여부를 상시 점검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또한 민관 합동점검반을 꾸려 몰카 설치 의심지역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다. 이외에 불법 촬영물 공급자 및 음란사이트 운영자 단속 강화, 피해 영상물 신속 삭제·차단, 불법 촬영에 악용할 수 있는 변형 카메라 등록제 도입,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확대 등을 추진키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이러한 정부 대책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몰카범죄를 뿌리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몰카 범죄는 성폭력 범죄 중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적발 건수가 2011년 1천300여건에서 2016년 5천여건으로 5년새 5배 가까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중대한 범법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낮은 데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촬영기기를 손쉽게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몰카 범죄에 관대한 법원의 판결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법에는 몰카 촬영·유포범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1심 재판에서 가벼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비율이 90%가 넘는다. 특히 최근에 법원이 여성 8명의 신체부위를 몰래 찍은 20대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것도 몰카 범죄 근절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금과 같은 법적 장치와 대책으로는 날로 교묘해지고 지능화되는 몰카 범죄를 막기 힘들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여성이 몰카범을 고소하려면 본인이 직접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등의 부조리한 수사 관행부터 하루빨리 뜯어 고쳐야 한다. 그리고 몰카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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