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침묵하거나 딴전 피우는 TK 보수정치인

  • 송국건
  • |
  • 입력 2018-06-18   |  발행일 2018-06-18 제30면   |  수정 2018-06-18
사상 초유의 선거 3연패로
쇠락의 끝으로 달리면서도
내부총질극 벌이는 한국당
단계적 침몰마다 중심에 선
책임자 먼저 자기희생 해야
[송국건정치칼럼] 침묵하거나 딴전 피우는 TK 보수정치인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에서 자기들끼리 총질이 한창이다. 초선은 중진들을 물러나라고 한다. 중진은 초선이라도 ‘친박’과는 같이 못간다고 한다. 홍준표 전 대표는 당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한솥밥 먹던 사람들을 도매금으로 후려쳤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이 당에 득시글거린다고 했다. 당 안에서 작성된 걸로 보이는 찌라시 성격의 ‘살생부’엔 보수를 말아먹는데 공(功)을 세운 사람들이라며 1등공신부터 4등공신까지 나열했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든 지금의 한국당 사람들이 그대로 한 지붕에 있기는 어려워졌고, 건전한 보수의 미래를 위해 그래서도 안 된다. 한국당 사람들이 생각하는 떠날 자와 남을 자의 기준은 각기 다르다. 유권자들은 책임 있는 사람과 책임 없는 사람을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한통속이라고 하는데 서로 자기는 아니란다. 그러나 객관적 시각으로 보수궤멸의 과정을 근본부터 파악하면 책임질 사람·집단이 분명해진다. 보수정치의 쇠락은 한꺼번에 일어난 게 아니다. ‘정치보복’ 논쟁을 일단 빼고 보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권력 사유화, 도덕성 해이는 분명 있었다. 그 결과로 박근혜정부가 무너지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후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로 권력에 취한 보수정치의 민낯이 드러났다. 보수정당이 국회의원 총선(2016년)→대통령선거(2017년)→지방선거(2018년)에서 내리 참패한 건 민심의 심판이었다.

참담한 건 보수정치 쇠락의 단계마다 대구경북 정치인이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대 총선의 주요 패인은 공천 파동이었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대구 출신 이한구였다. 그 뒤에 경북 출신 실세 최경환이 있었다. 공천 파동의 절정은 대구의 유승민 찍어내기였다. 대구에서 이른바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박근혜 마케팅’만으로 선거를 치렀다. 대구지역 ‘진박’ 교통정리를 위해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했음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9년 만에 진보세력에 정권을 내준 지난해 조기 대선 때는 탄핵국면에서 갈라섰던 두 보수정당 후보가 나왔다. 경남 창녕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다며 ‘TK 진골’은 된다고 했던 홍준표와 유승민이 대표선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까지 맡은 홍준표가 초유의 ‘당 대표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TK 정치인들은 이런 원초적 책임이 있음에도 꿈쩍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진박’ 초선 의원들은 탄핵 국면에서 거의 침묵했다. 공동책임을 지든, 아니면 적극적인 방어를 하든 행동을 보였어야 했다. ‘진박’에 속했던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당 중진들이 책임을 지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다수 의원은 아예 논쟁에 뛰어들 생각도 없는 듯하다. 20대 총선에 이어 이번 6·13 선거를 통해 TK 요새에 큰 구멍이 뚫렸음에도 하늘만 쳐다본다.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 1호(김무성)에 이은 2호, 3호…는 TK에서 나와야 한다. 당장 의원직을 내놓으면 보궐선거를 줄줄이 치러야 하니 ‘유예적 정계은퇴’ 선언이라도 해야 할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많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