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향기박사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小確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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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08:07  |  수정 2018-06-18 08:07  |  발행일 2018-06-18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향기박사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小確幸)

최근 향기박사는 한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워크숍에서 사회 초년생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요청을 받은 향기박사는 최근 사회로 진출한 제자들에게 혹시 여러분이 그런 워크숍에 참가한다면 꼭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제자들은 꼭 듣고 싶은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미래를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본인들은 학창시절 이미 수없이 많은 경쟁에서 남이 세운 기준에 따른 줄서기를 해야 했고, 새로운 세상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또 그런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확인하듯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라고 하는 조언은 격려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고, 미래를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매일매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자들이 제게 이야기한 것은 2018년의 트렌드로 떠오른 ‘작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小確幸)’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미 20여년 전 자신의 수필집에서 처음 소개한 바 있는데, 하루키가 자신의 글에 묘사한 ‘소확행’은 ‘막 구운 따뜻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을 때’ 혹은 ‘새로 산 면 냄새가 솔솔 풍기는 흰 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쓸 때’ 느끼는 기분, 그 즐거움이라 묘사합니다. 이런 기분은 온 세상이 부러워 할 큰 성공을 하여 느끼는 가슴 벅찬 행복이 아니라, 작고 소소하지만 그 묘사만으로도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그런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죠?

과연 이런 행복을 느끼는 곳은 뇌에 존재할까요? ‘행복’과 ‘쾌락’을 동일한 것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쾌감을 아주 낮은 수준의 행복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는 곳을 쾌감을 느끼는 곳이라 가정해보면, 실제 우리 뇌에는 어떤 일을 하고나면 보상을 받는 쾌감을 담당하는 부위인 ‘쾌락중추’가 있습니다. 1950년대 하버드대학교 신경과학자인 올즈와 밀너 교수에 의해 처음 밝혀진 바에 의하면, 쥐의 쾌락중추에 미세전극을 연결하여 스스로 자극하는 스위치를 달아주니 이 쥐는 식음을 전폐하고 무려 26시간동안 5만번 이상이나 이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스위치를 눌렀다고 합니다. 이 쥐는 전기자극이 주는 즉각적인 쾌락에 완전히 중독되어 버린 것이죠. 즉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즉각적인 쾌락이 주는 자극에 길들여지면 우리 뇌 속의 보상회로는 점점 그런 자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결국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즉각적인 쾌락 의존적인 중독에 빠진 상태를 행복하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가톨릭대학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사람을 즉각적인 쾌락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이런 ‘병적인 중독(의존)’으로부터 ‘건강한 중독’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중독을 만들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쾌락중추를 잘 훈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건강한 중독자가 되는 것은 운동, 즐거운 작업, 종교적인 체험, 가족 간의 행복한 경험 등에 의해 쾌락중추가 충분히 자극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최근 우리가 찾는 ‘소확행’처럼 소소하지만, 즉 쾌감의 강도는 약하지만,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 뇌 속에 행복감을 주는 일상의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건강한 행복 중독자’로 만드는 훈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통해 우린 삶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뇌가 조금은 덜 힘든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등장한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만화 ‘곰돌이 푸우’는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매일 행복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소확행’이 매일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최근 향기박사는 두 가지 ‘소확행’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것은 숙소로 돌아가는 밤길에 학교 뒷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 향에 취해 걸음을 멈춘 일과 큰 기대없이 들른 극장에서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보며 보낸 2시간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소확행’은 무엇이었나요? 아직까지 없었다면 오늘 꼭 하나 찾아 행복한 증독에 빠져 보기 바랍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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