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리 인상도 가시권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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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6   |  발행일 2018-06-16 제11면   |  수정 2018-06-16
2금융 가계대출 연체율 위기
저축銀 가계대출 1분기 연체율 4.9%
신용대출 연체 시중銀보다 5배 많아
은행에서 외면당한 비우량 고객들
이자율 높은 2금융권으로 발길 돌려
정부 취약차주 위한 각종 지원책 도입
올초 가계대출 프리워크 아웃제 운영
최대 3년간 원금상환 유예할 수 있어
국내 금리 인상도 가시권
자료: 한국은행 가계부채 DB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은행 등 1금융권에 비해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은 가구에 대한 대출이 많아 경기가 악화되거나 금리가 인상되면 부실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자금사정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탓도 있지만,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소득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상가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만 두번째 인상이다. 국내 금리인상도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2금융권 신용대출 연체율 증가에 대한 우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의 올 1분기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다. 지난해 4분기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신용대출 연체율은 0.6%포인트 오른 6.7%로 나타났다.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조합도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1.2%→1.4%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 연체율은 1.4%→1.7%로 올랐다. 보험사의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은 0.5%에서 0.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용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1.9%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시중은행 신용대출 연체율(0.4%)의 5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 2금융권의 담보대출 및 1금융권의 대출로도 확산될 수 있는 ‘뇌관’이 될 소지가 크다.

다행히 현재는 은행권의 연체율은 2금융권과 상반된 패턴으로 움직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0.4%로 지난해 말과 비슷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이 기간 0.2%에 머물렀다.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이 낮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은행은 신용도 1∼3등급에 안정적 소득을 갖춘 ‘우량 고객’ 위주로 대출을 해주고, 비우량 고객은 정리한다. 결국 은행권에서 외면당한 이들이 옮겨간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보고서’를 보면, 은행(1금융권)은 우량고객, 2금융권은 비우량 고객 현상이 뚜렷했다.

보고서에는 취약차주의 금융기관별 대출 비중은 2017년말 현재 비은행이 66.4%를 차지, 은행(33.6%)의 2배 수준이었다. 취약자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 7∼10등급)인 대출자를 말한다. 취약차주는 지난해말 현재 149만9천명(전체 가계대출자의 8.0%)으로 1년새 3만3천명이 늘었다. 이들의 대출규모는 82조7천억원(전체의 6%)으로 1년 전보다 4조2천억원이 증가했다.

◆계속 상승할 대출금리, 취약계층엔 큰 부담

금리인상 시기에 취약차주의 대출이 부실해질 우려가 큰 이유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이자비용은 더 늘어 취약계층의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안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아진 금리가 미 기준금리 추가인상으로 더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실제 한국은행의 비은행금융기관 가중 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1분기 15.02%로, 최근 저점인 지난해 2분기(14.31%)와 비교해 0.7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0.25%포인트 오른 3.68%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도 금리가 지난해 2분기 5.80%에서 올 1분기 6.24%로 0.44%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인상 폭은 0.23%포인트에 불과했다.

상호금융은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 인상이 도드라졌다. 올 1분기 5.00%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0.43%포인트 올랐다.

반면, 은행권의 일반신용대출은 금리가 같은 기간 오히려 0.06%포인트 내렸다. 이처럼 2금융권을 이용하는 취약차주에게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소득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소득동향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월 평균 명목소득(128만6천700원)은 1년 전보다 8.0%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인 가계 역시 4.0%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1분기에 9.3%, 상위 20∼40%(4분위)는 3.9% 증가했다.

이자비용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양새가 완연하다.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올 1분기에 4만2천2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2.9% 급증했다. 2분위 이자비용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소득 5분위의 이자비용도 20.2% 늘긴 했지만 저소득층의 증가율과는 체감정도가 다르다.

◆이자폭탄 공포에 고심하는 금융당국

정부는 이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취약차주들의 부채 부실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올 초 도입한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제는 실직·폐업 등 재정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차주에게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 주고, 대환이나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연체 기간이 90일 미만인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경매신청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면 은행은 상환계획을 판단, 연체 발생 후 최대 6개월까지 경매신청을 유예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더나은 보금자리론’은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을 장기 분할상환 대출(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80%, 70% 인정해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10%포인트 완화했다. 채무자의 월 상환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기일시상환 비율을 50%까지 확대했다.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유한책임대출제도도 확대했다. 유한책임대출제는 부채를 못 갚으면 집을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되면 추가 부담은 대출자가 져야 한다. 금융기관이 해당 주택을 매각한 가격이 대출액보다 적다면 부족분을 대출자에게 청구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말부터는 유한책임대출 대상이 확대돼 디딤돌대출은 부족분에 대한 추가 청구부담이 없어졌다. 종전까지는 유한책임대출 대상이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원 이하 가구에 한정됐다. 현재는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이고, 무주택자는 6천만원 이하까지 확대됐다.

보금자리론도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의 무주택자가 주택구입용도로 대출을 받았을 때 한정해 유한책임제도 대출을 적용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정부는 연내 2금융권 등 모든 업권에 대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한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여신심사과정에서 차주의 총부채 상환능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100% 이하로 규제하고, 예대율을 산정시 연 20%가 넘는 대출은 대출금의 30%를 가중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책은 내놓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만 집중한 탓에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시각이 적잖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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