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트럼프의 변심과 한국의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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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4   |  발행일 2018-06-14 제30면   |  수정 2018-06-14
북핵폐기 구체 목표·일정
합의 못이룬 북미정상회담
한국 보수 입장에선 ‘부족’
트럼프의 의도가 무엇인지
시간이 지나면 판명날 것
[차명진의 정치풍경] 트럼프의 변심과 한국의 보수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입니다. 한국 보수의 입장에서 성공이라고 점수를 매기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70년 숙적의 만남 자체가 성공이고 앞으로도 많은 진전이 기대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폐기의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에 대한 합의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트럼프가 연초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남한 자유민주주의의 눈부신 발전과 북한 김씨 왕조 독재의 비참함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의 역할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보수 인사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한국 보수층의 기대에 부응하듯 북한 핵에 대해서도 “완벽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온건해졌습니다. 트럼프의 작전 변경에 대해 한국의 보수층은 양 갈래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관론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결국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 견해는 ‘닉슨독트린’의 어두운 면을 떠올립니다. 닉슨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주둔 미군 일부와 베트남의 미군을 철수했습니다. 베트남은 결국 공산화됐습니다. 비관론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북핵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줄이고 북한의 베트남식 체제전환을 위한 교류와 지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 와중에 남한은 김씨 왕조의 체제 수호를 위한 볼모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낙관론도 있습니다. 이 입장은 제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승리로 이끌고 6·25전쟁 때 주한미군의 신속한 파견을 결정한 ‘트루먼독트린’을 연상케 합니다. 미국이 지금 북한에 양보하는 듯하는 것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며 혹시 북한이 중도에 협상을 깨더라도 이에 대한 보복조치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입장이 맞는지 판명날 것입니다. 다만 한반도의 운명을 강대국에 맡겨야 하는 것이 씁쓸한 현실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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