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화 김환기전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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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7   |  발행일 2018-06-07 제29면   |  수정 2018-06-07
[기고] 수화 김환기전으로의 초대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수화 김환기.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우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다. 지금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김환기展’은 그가 살아생전 열었던 크고 작은 전시회를 포함해 역대 최고 규모로 꾸며졌다. 마치 수화 선생이 작업을 하며 가졌을 고민과 고뇌를 상징이라도 하듯 108점이 전시됐다.

김환기 작가(1913∼1974)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이중섭 작가(1916∼1956)처럼 그의 일생에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관련 평전이나 전기가 큰 인기를 끈 것도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해나가고자 했던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미술관에 전시 중인 1952년 작가의 6·25전쟁 피란시절 스케치를 살펴보면, 미군들이 만들어준 막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암울하기보다는 희망차 보인다. 피란민으로 빼곡히 들어찬 연락선 너머로 보이는 부산 앞바다 역시도 매우 밝게 묘사되어 있다.

김환기 작가의 회화 인생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첫째는 일본 도쿄 유학시절로, 이 시기에 그는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달, 바다, 하늘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둘째는 자신의 역량을 검증받고자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로 떠났던 시기(1956∼1959)로, 이 시기에 그는 자연형상이 차츰 사라진 넓은 색면 회화를 즐겨 그렸다. 우리나라 전통색채인 오방색을 도입하는가 하면, 동양화처럼 유화물감을 화면 깊이 침잠(沈潛)시키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김환기 작가는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 작가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고, 그렇게 한국 미술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명작 ‘섬의 달밤’을 출품했다.

서양화 속에 담겨 있는 고요하면서도 생동감이 흐르는 동양적인 풍경에 서구 비평가들은 경탄하여 명예상을 수여하였으며, 이는 김환기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인생 3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색면에서 점의 추상회화로 진일보했으며,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시리즈도 이 시기에 완성됐다. 코튼에 푸른 유화물감이 번지면서도 모든 점들이 각자 개성을 발하고 있는 표현방식은 수많은 천체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우주를 형상화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그의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형상에서 색면으로, 색면에서 점으로 넘어가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세계는 회화의 모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지역에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아무쪼록 많은 시민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긍정과 조화의 메시지를 직접 경험해보기를 희망한다. 그를 바탕으로 자신, 더 나아가 지역을 위한 꿈과 이상을 키워나간다면 분명 대구는 세계 일류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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