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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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  발행일 2018-04-24 제29면   |  수정 2018-04-24
[기고] 개헌 단상
이종원 <사>대구문화재 지킴이회장

헌법은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법이므로 법률처럼 쉽게 개정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그렇다고 개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 우리는 지금 개헌을 해야 하며, 어떤 개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난해 대선 때 모든 후보자가 개헌을 약속했고 금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다. 따라서 개헌의 필요성과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합의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여론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 헌법은 1987년에 개정해 31년이나 지났으니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해 촛불혁명이 탄핵으로 연결되면서 정권교체가 돼 다행이었다.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국민소환, 또는 국민발안 제도가 있었더라면 그 많은 시민이 길거리에 모이지 않아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답게 아주 빠르게, 아주 쉽게, 버튼 하나만 눌러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 않는가.

현행 헌법이 직접민주제도로 채택한 것은 국민투표뿐인데 국민발안, 국민소환같은 것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정쟁을 일삼는 국회를 대신하여 국민이 직접 법안을 제안하고,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는 선출직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하자는 것도 개헌의 한 이유다.

흔히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한다. 우리 헌법은 제헌의회에서 대통령제로 확정되었고, 잠시 내각제를 실시했지만 70년 동안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도를 채택해 온 게 사실이다. 대통령제는 3권분립을 통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여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제왕 노릇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행태를 보인 대통령이 있었으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역대 모든 대통령이 제왕노릇을 한 게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대통령 자신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 저질러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사람의 교양조차 없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문제다. 물론 선출해 준 국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막강한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고, 사익추구나 장기집권을 위해 악용 또는 남용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질을 한 것이다. 그동안 입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아니던가.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국민이다.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 이 경우 어느 정도를 국민의 뜻이라고 볼 것인가. 절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한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대체로 50%를 넘는다면 국민의 뜻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회는 개헌과 관련해서 제때 개헌안을 마련하지 않아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였다. 야당에서도 늦게나마 개헌안을 발의했으니 함께 심의해도 좋겠지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다면 또 다른 논란만 키울 것이다.

국가는 국토, 국민, 주권으로 구성된다. 연유는 불문하고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며, 국부의 치중도 심각하여 지방이 소멸되는 위기에 있는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역대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바 아니지만 결과는 한심한 성적표다. 사실 둘을 묶어 이야기하지만 고령화보다 저출산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안다. 획기적 대책기구를 헌법에 삽입하여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복지는 정치의 궁극적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바로는 경제대국이지만 복지수준, 삶의 질, 행복지수, 노인빈곤, 자살률 등에서는 한참 못 미치거나 거의 꼴찌 수준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헌법기관이요, 궁극적으로 국리민복을 위해 존재하며, 소속당 만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의안 표결에서 찬반 표시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지탄을 받는 정책을 당론이라 밀어붙인다면 분연히 일어나서 반대표를 던지는 소신 있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존경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이종원 <사>대구문화재 지킴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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