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톱다운을 말하려거든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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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30면   |  수정 2018-04-23
[하프타임] 톱다운을 말하려거든
노진실 정치부 기자

‘톱다운(Top-Down)’ 방식이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상의하달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하의상달 방식인 ‘보텀업(Bottom-Up)’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난데없이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달 대구 노보텔에서 열린 ‘2018 대구 국제도시설계 콘퍼런스’ 행사에서다.

대구시는 이번 행사에 대해 “신공항 통합 이전 추진을 앞두고, K2 이전 후적지의 미래상 공유 및 대구 도시계획 발전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을 앞두고 이런 행사가 열린 것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는 찬반 의견이 맞서왔으며,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다.

그날 따라 비가 많이 오고 다른 일도 있어 고민했지만, 왠지 기록은 해둬야 할 것 같아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에서는 ‘국제공항부지 이전-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기회’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독일어가 뒤섞인 토론장에선 군데군데 졸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한 대학교수는 “공공(公共)이 기본 계획을 만드는 ‘톱다운’ 방식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개인의 의사만 볼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부분을 봐야 하며, 이는 공항이전 부지 개발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일견 일리는 있다. 제대로 된 계획이나 방향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도시개발의 부작용도 존재하니까.

하지만 ‘TK(대구·경북)에서 톱다운을 말할 수 있는 리더나 전문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자체에서 상의하달식으로 뭔가를 추진하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지자체 수장에 대한 지역민의 높은 신뢰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의 신뢰 말이다. 또 정치인들의 모든 언행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전제가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뛰어넘는 소명의식이 있음을 보여줘야 ‘톱다운’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분석이나 조언도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 대통령, 대구가 지켜야 합니다’라는 권영진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대구시내에 버젓이 걸렸고, 그는 당선됐다. 그뿐인가. TK 일부 기초단체장들은 지역민의 의중보다 같은 당 대통령의 의중을 더 중요시하는 모습까지 보여왔다. 그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대구공항 이전 문제가 대구시장 선거 최대 이슈가 됐지만, 이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말을 해줄 전문가도 지역에선 찾기 힘들다. 대구공항 문제와 관련해 소위 전문가 대접을 받았던 이들은 선거 분위기 속에 공정성을 잃은 모습이다.

앞으로도 많은 ‘톱다운’ 방식이 시도될 것이다. 불가피한 톱다운이라면 그 속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알량한 엘리트 의식, 무책임이 아닌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구공항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노진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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