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꽃피운 ‘베트남 新한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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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23면   |  수정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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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CGV 이온롱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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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메이크작 ‘고고 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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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리메이크작 ‘내가 니 할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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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영화제 오픈행사에 참가한 현지 학생.

베트남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일본과 중국이 정권의 우경화에 따른 시장 경색과 한한령 등으로 주춤해진 사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신(新)한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92년 수교 이래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격된 양국의 우호관계는 이후 인적·문화적 교류로도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베트남 내 한류가 정착하게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한국의 콘텐츠가 베트남 영화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던 만큼 차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337개 스크린 운영 CGV 등
멀티플렉스 사업 ‘승승장구’
한국형 서비스 현지서 인기

써니·수상한 그녀 등
韓영화 리메이크붐도 일어
롯데 현지 제작교실도 진행

◆베트남 영화 시장은 블루오션

2016년 베트남 정부는 ‘2020-2030 베트남 문화산업진흥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베트남 내 문화산업이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3%를 차지하게 된다는 게 골자인데, 영화산업은 그중 약 1억5천달러(이 중 베트남 영화는 5천달러)를 목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이같이 마스터플랜을 세운 건 베트남 콘텐츠 시장에 불어닥친 커다란 변화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영화 산업은 최근 4~5년 사이 연평균 35~40%의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2015년부터 1억달러 넘는 매출을 해마다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베트남 영화 시장의 지속적 발전을 전망해 볼 수 있다.

현재 베트남 영화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10~20%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자국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성장 가능성을 낮게만 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상반기에 개봉해 900만달러라는 베트남 영화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린 ‘나는 아직 18세가 아니다’의 흥행을 들 수 있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흥행작 ‘콩 : 스컬 아일랜드’를 보기좋게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제작사와 CJ CGV의 협력이 이뤄낸 결과다. 이 성공 이후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의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영화관 같은 설비 투자와 기획부터 배급까지 현지 제작사와 한국 배급사가 협력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CJ E&M은 2016년 베트남 유력 콘텐츠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 그룹’을 인수해 ‘CJ 블루’를 설립했다. 해외 기업이 베트남 현지 미디어 회사를 인수한 것은 CJ E&M이 최초다. 이에 앞서 CJ CGV는 2011년 7월 베트남 현지 1위 멀티플렉스인 ‘메가스타’를 인수,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CGV가 베트남에 주목한 건 동남아 국가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고,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결실은 최단 기간 관객 1천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2016년에 이뤄졌다. 베트남 진출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CGV가 베트남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건 특별관, 한국형 고품격 서비스,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그리고 베트남 로컬 영화 편성의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CGV는 베트남에 55개 극장과 337개 스크린을, 롯데시네마는 33개 극장과 150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J CGV 베트남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심준범 부장은 “베트남 1위 사업자로서 2·3선 도시까지의 극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베트남 영화 중심으로 영화를 편성하고 있다”며 “특히 현지 관객들이 양질의 문화 생활을 누리고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롯데엔터테인먼트도 베트남 내 극장사업과 로컬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6월 베트남 현지 투자사 ‘프로필름 베트남’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이 공동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콘텐츠, 베트남 정서 공략

요즘 베트남 영화시장의 핫 이슈는 한국영화 리메이크 붐이다. 3년 전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의 흥행 성공이 도화선이 됐다. 뒤를 이어 ‘과속스캔들’과 ‘엽기적인 그녀’의 베트남판이 최근 개봉했고, 3월9일 개봉한 ‘고고 시스터즈’는 역대 베트남 로컬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한 ‘고고 시스터즈’는 CJ E&M과 베트남 제작사 HK필름이 설립한 합작 자회사 CJ HK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첫 영화다. 또 드라마 ‘모래시계’도 한국·베트남 합작으로 리메이크 될 예정이다. CJ E&M 영화사업부문 김권식 해외기획제작팀장은 “한국 영화들이 베트남에서 잇단 성공을 거두면서 베트남 영화계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슬랩스틱 스타일의 코미디가 주류였던 데 반해 최근에는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휴먼코미디 장르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 문화 콘텐츠에 익숙한 시장이 됐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오래전부터 접해왔고, 문화와 정서가 비슷해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에 주목한 CGV와 롯데시네마는 현지 영화산업 시장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펼쳐나가고 있다. CGV는 2012년부터 ‘토토의 작업실’을 통해 영화인을 꿈꾸는 베트남 현지 청소년들에게 영화 제작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지난해 6월에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시나리오 공모전’도 개최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 14일 베트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제작교실을 진행했다. 영화제작교실은 롯데시네마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다. 롯데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에 놀랐다”며 “베트남 영화계에서도 한국영화 산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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