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숲…숲의 사계절을 관찰하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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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  발행일 2018-04-21 제16면   |  수정 2018-04-21
◇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30년이상 숲을 관리한 산림감독관 저자
숲속의 동·식물들이 소통하는 방식 그려
시계장치처럼 긴밀히 돌아가는 숲 소개
◇ 나무에서 숲을 보다
고생물학자인 저자 은퇴후 숲을 구매
계절 따라 변하는 숲을 느낀대로 담아
버섯 등 활용 자신만의 조리법 소개도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숲…숲의 사계절을 관찰하다
벚나무 줄기에 앉아 일지를 쓰고 있는 ‘나무에서 숲을 보다’의 저자 리처드 포티. <소소의 책 제공>

한국인의 산 사랑은 유별나다. 봄·가을이면 전국 명산이 등산객들로 붐빈다. 이제는 숲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산처럼 역동적인 재미를 느낄 순 없지만, 나무 사이를 거닐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찍이 숲의 매력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쓴 숲 관찰기가 잇따라 책으로 나왔다.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숲…숲의 사계절을 관찰하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더숲/ 332쪽/ 1만6천원

■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자연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안내서다. 책의 부제는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이다. 독일의 생태작가인 페터 볼레벤은 30년 넘게 숲을 관리해 온 산림감독관이다. 숲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발간했는데,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다. 그의 최신작인 이 책은 14개국 판권 판매, 출간 즉시 2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과학 지식을 감정으로 번역해주는 자연 통역가’로도 불리는 저자는 숲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것을 마치 소설처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과학적으로 딱딱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숲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을 담아낸다.

이 책은 숲속에 존재하는 동물·식물부터 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작은 균류까지 다양한 자연의 형태들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방식을 그린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같은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이들 또한 인간처럼 마음이 맞는 순간에는 동맹이 되었다가, 사이가 틀어지면 배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모든 생명체의 역할이 분명하고, 이들이 마치 시계장치처럼 긴밀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가 말하는 숲의 ‘비밀’ 네트워크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도 먼 관계처럼 보이는 생태계의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숲에 늑대가 돌아오면 생태계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활엽수는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미치며, 두루미는 스페인의 소시지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침엽수는 비를 내리게 한다는 식이다.

저자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안일함을 경계하기도 한다. 그는 “인간은 이처럼 복잡한 생태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채 방심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인간이 조금이라도 잘못 자연을 건드리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숲…숲의 사계절을 관찰하다
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소소의 책/ 416쪽/ 2만5천원

■ 나무에서 숲을 보다

이 책의 저자는 페터 볼레벤과 비교하면 숲에 있어 ‘초보’다. 리처드 포티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은퇴한 고생물학자다. 멸종한 동물의 화석을 다루며 박물관에서 평생을 바쳐온 그는 은퇴 후 1.6㏊의 너도밤나무-블루벨 숲을 구매했다. 2011년 7월4일 그림다이크 숲은 리처드 포티와 그의 아내의 것이 됐다.

숲의 주인이 되면서 그는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숲에 사는 동식물을 기록하고 숲이 풍기는 분위기와 계절에 따라 바뀌는 과정을 보고 느낀 대로 작은 가죽 수첩에 적었다. 이는 곧 그림다이크숲의 전기(傳記)가 됐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낭만적이면서 과학적”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숲속의 자연을 바라볼 때는 호기심 많은 열네 살 소년이 됐지만, 때론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봤다. 숲에 대한 풍경을 묘사할 때는 문학작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숲에 있어선 여전히 문외한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와 문헌을 적극적으로 뒤졌지만, 자료만으로 어림짐작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았다.

저자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1천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숲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짚어보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상업, 시장이 숲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오늘날에는 멋진 경치로 가치가 있는 공간이 됐다.

저자는 호기심을 갖고 숲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탐구한다. 그는 이끼, 풀, 곤충을 채집하고, 썩은 통나무를 들춰내 부식 과정을 살핀다. 낮에는 포충망을 들고 각다귀를 잡았고, 달빛이 비치는 밤에는 나방을 잡는다. 숲속에서 구할 수 있는 버섯, 열매, 나물 등을 활용한 자신만의 조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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