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커뮤니티 매핑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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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23면   |  수정 2018-04-20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를 TV로 지켜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100만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과연 ‘화장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답은 화장실 지도였다. 광화문광장에서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화장실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용 화장실과 촛불 집회장 주변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한 시민들이 참여형 지도인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공유지도 제작)을 만든 것이다.

커뮤니티 매핑의 원리는 단순하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같은 지도를 열어 동일한 주제나 대상의 사진을 찍은 뒤 위치를 표시하거나 문제점을 기록하면 된다. 시민들이 주변 정보를 직접 지도에 표시하는 것으로 지역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각종 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이다. 커뮤니티 매핑을 활용해 국가적 혼란을 예방한 사례도 있다. 2012년 가을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과 뉴저지 부근을 강타해 뉴저지 지역의 80%가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주유소는 기름을 제공하지 못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생겼다. 때마침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우리나라 박사 한 분과 해당 지역 고교생들은 커뮤니티 매핑으로 주유소 정보를 제공했다. 당시 주유소 지도는 미국 에너지국 콜센터, 연방재난국의 재난지도, 구글 재난맵에도 실시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커뮤니티 매핑은 촛불집회, 평창올림픽, 패럴림픽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사실은 오래전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중심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 사례가 메르스 지도다. 2015년 6월 메르스 확산으로 국민적 불안이 확산되자 시민들은 환자가 사망했거나 감염 환자가 다녀갔던 병원을 지도에 표시했다.

지방분권 강조 시대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치행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오랜 꿈이다. 참여 민주주의의 원리와 풀뿌리 지방자치를 직접 경험하는 소통 민주주의에는 커뮤니티 매핑 활용이 절대적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에 알맞은 자치행정에 커뮤니티 매핑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회적 갈등 해소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커뮤니티 매핑을 장려해야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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