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정부 주관 문화 행사에 지역 소외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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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22면   |  수정 2018-04-20
4월23일은 세계 책의 날
서울 광화문서 관련 행사
지방 사람은 참가 힘들어
문체부 주관의 행사라면
전국 행사 되게 기획해야
[문무학의 문화읽기] 정부 주관 문화 행사에 지역 소외 없어야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내주 월요일인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유네스코가 책의 중요성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독서 진흥에 힘쓰기 위해서 정해졌다. 4월23일이 ‘책의 날’이 된 것은 에스파냐 카탈루나 지방의 세인트 조지 축일과 대문호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 4월23일인데서 연유한다. 이날 책과 장미꽃을 주는 것은 성 조지 축일에 ‘책과 장미의 축제’를 열면서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전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던 전통에서 유래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22일 올해를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무슨 책 읽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책의 해’로 선포했다. 책의 해 목표로는 △함께 읽는 대한민국 △국민독서율 제고 △출판 수요 창출로 잡았다. 문체부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의 중요성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국민독서율을 생각해 본다면 그 어떤 일보다도 시급한 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해, 여러 행사 중 문체부가 주최하고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누구나 책, 어디서나 책’이란 주제로 22일과 23일에 펼치는 서울 광화문광장 축제는 참 바람직한 행사로 보인다. 책드림 행사, 북 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북 팟캐스트 공개 방송, 삶의 도서관, 책 놀이터, 북 오감 체험, 가수 문화 공연, 손안에서 사진전 등이다. 책과 관련되고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렇게나 많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다. 그 가운데 ‘책과 장미드림’은 책과 장미를 신청자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다. 참가 신청을 인터넷으로 받아 423명에게 주는 것이다. 책과 저작권의 날인 4월23일을 상징하기 위하여 423명에게 나눠준다. 멋진 일이다. 책과 장미를 받는 사람은 책의 날을 잊지 않고 또 의미 있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광화문까지 책과 장미를 받으러 가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의문이 든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문체부가 주최하는 행사라면 전국적인 행사가 되도록 기획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서울특별시민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서울 바깥 지역 사람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일을 기획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부 부처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어떻게 서울 아닌 다른 지역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그래도 문화를 주관하는 부처라 은근히 문화적일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고 있는데 문체부 주최 행사에서 지역이 소외되어 실망이 더 크다.

작은 행사 하나까지도 서울과 서울 바깥이 이렇게 차이가 나니,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다. 서울 아닌 지역은 사람이 없어 탈이고,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인 현상이 이래서 빚어지는 것이다. 서울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괜한 트집이고 불평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지만, 문체부가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올해를 책의 해라고 선포했다면 시야를 넓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책 읽기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책의 날에 ‘함께 읽는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정했다면 전 국민이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민방위의 날에 사이렌을 울려 민방위 훈련을 하듯이, 현충일에 묵념 사이렌을 울려 묵념을 하듯이, 책의 날에는 책 읽기 사이렌을 울려 전 국민이 함께 10분이라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면 획기적이지 않을까. 문체부뿐 아니라 정부 어느 부처든 부처가 주최하는 행사에 지역이 소외되는 기획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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