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플라스틱 먹는 효소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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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22면   |  수정 2018-04-20
[미디어 핫 토픽] 플라스틱 먹는 효소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플라스틱이 인간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당구공이었다. 1868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상아로 된 당구공의 대체물질을 찾던 중 셀룰로오스에 질산과 황산을 넣어 만든 것이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다. 플라스틱 종류는 많지만 레고 장난감과 각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ABS, 빵 봉지와 저장용 탱크 재질인 폴리에틸렌, 음료수 병으로 이용되는 PET, 파이프나 전선에 쓰이는 PVC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인간이 만든 기자재로 첫째가 강철, 둘째가 시멘트, 그리고 셋째를 플라스틱으로 꼽았다. 1950년부터 9억t을 생산했다. 그만큼 생활과 밀접하다.

환경오염을 유발하지만 편리하게 사용해왔던 게 플라스틱이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생긴 폐플라스틱의 56%는 중국이 사들였다. 중국 고도성장 원동력 중 하나가 폐플라스틱 수입이다. 고형연료로 만들어 싼값에 발전소를 돌릴 수 있었고, 일회용 라이터 등 저가의 수출품을 제조해 돈을 벌기도 했다. 이러던 중국이 지난해 7월 ‘더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해 굳이 고형연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또 폐플라스틱 처리 공장 사람들의 삶을 다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2016년 상영되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부각됐다. 이 영화의 영향으로 사회운동이 불붙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결국 폐기물 수입 중단 결정으로 내몰렸다.

중국으로의 폐플라스틱 수출길이 막히자 한국은 이달 초 수도권에서 재활용쓰레기 대란이 빚어졌다. 재활용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폐기물은 오염된 경우가 많아 세척설비를 가동해야 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것은 소각해야 하는데, 여기에 정부가 올해부터 소각매립부담금까지 부과한 것이다. 폐플라스틱은 팔리지 않아 단가는 떨어졌지만, 재활용업체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해 수익성 악화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암울한 현실 속에 지난 17일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쳤다. ‘플라스틱 먹는 효소’가 실시간 검색어로 떠올라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 언론은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가 이끄는 국제과학연구팀이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를 분석하던 중 이 효소를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자연 상태선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걸리지만 이 효소는 단 며칠 만에 분해를 시작한다. 또한 원래 구성요소들로 되돌리기 때문에 투명한 플라스틱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석유개발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획기적이다.

네티즌은 “노벨상을 줘도 아깝지 않은 연구 결과다” “상용화되기까진 오래 걸릴 것 같다. 우선 플라스틱 사용부터 줄이자”는 반응을 보였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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