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소도시 고교 살아남기

  • 김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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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  발행일 2018-04-19 제30면   |  수정 2018-04-19
[취재수첩] 중소도시 고교 살아남기

“중소도시의 일반고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순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 개척한다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2018학년도 경북도내 유일의 공학기술융합중점학교로 인가된 영주고 김상국 교장은 “‘위기’의 적신호를 ‘기회’라는 청신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72년 개교한 영주고는 한때 1천700여 명의 재학생에 학급당 인원 수도 60여 명을 자랑하는 명문고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계속된 학령인구 감소와 문과 학생의 취업난, 지역 학생의 특성화고 외부유출 등으로 재학생이 크게 줄었다. 영주고 재학생 수는 올해 기준 393명으로, 전성기에 비해 무려 4분의 3 이상 감소했다. 특히 올해는 신입생 입학정원 138명에 크게 못미치는 99명이 입학하면서 학급 수도 1학급 줄었다.

영주고가 이처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계열 중학교가 없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영주시내 남녀 일반고교는 모두 7개교. 이 가운데 올해 정시에서 입학정원을 못채운 학교는 계열 중학교가 없는 영주고와 선영여고로 알려졌다. 현재 고교 진학 대상인 영주시내 남녀 중학교의 3학년 전체 학생 수는 939명이지만 2학년은 898명, 1학년은 852명, 초등학교 6학년은 821명으로, 3년 후면 고등학교 신입생 수가 무려 117명이 감소한다.

이처럼 학교의 존폐 위기가 걸린 영주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올해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공학기술융합 중점과정’을 필두로 ‘군사경찰소방 집중과정’ ‘수리과학 집중과정’ ‘스포츠지도자 집중과정’ 등을 개설해 학생들의 진로탐색 및 설계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문·이과 통합 및 창의융합교육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일반 인문계 고교가 ‘나아갈 길’, 더 나아가 ‘함께 살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경북도교육청의 재정 지원으로 ‘창의·융합 존’을 구축하고 로봇제작실, 드론실습실, 3D프린터실 등 특별실을 운영해 학생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전문적으로 학생들이 진로진학설계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학 교수자문단을 위촉해 R&E과제연구, 동아리 및 현장체험 활동 등으로 전공기초소양도 미리 습득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 같은 영주고의 새로운 도전과 혁신은 인성교육 강화 프로그램이 더해져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미래형 선비육성학교’로 선정됐다. 또 올 학기 초부터 이어진 각종 교육사업 공모에서도 ‘지식재산일반 교과 선도학교’(한국발명진흥회), ‘청소년 비즈쿨 도전학교’(중소벤처기업부) 등 무려 14개 사업이 각 기관으로부터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했다. 현실로 닥친 영주고의 문제는 비단 영주고만의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민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반고가 살아남기 그 선두에 선 영주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김제덕기자 (경북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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