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처음 탄 115명 아이들, 이륙 순간 약속한 듯 일제히 ‘환호성’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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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1   |  발행일 2018-04-11 제14면   |  수정 2019-01-14
대구 달서구 11개 지역아동센터
교사 15명과 2박3일 제주 여행
참기름·비누 팔아서 돈 모으고
공동모금회 등 후원 더해 출발
퀴즈대회·승마 등 즐거운 시간
20180411
대구 달서구 11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제주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제공>

“떴다, 떴다! 우리 비행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100여명의 아이들은 이륙하는 순간 약속이나 한 듯 환호성을 질렀다. 기내는 느닷없는 아우성에 잠시 소란스러웠지만 이를 지켜보던 인솔 교사들의 마음은 찡했다.

대구시 달서구지역 32개 지역아동센터 중 11개 센터 아이들 115명과 인솔교사 15명은 오랜 계획과 기다림 끝에 지난달 28~30일 2박3일 동안 제주도 여행이라는 소망을 이뤘다. 센터측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서 정서를 함양하고 사회적 치유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제주도 여행을 준비했다.

A양(중2)은 엄마가 가출한 이후 아빠가 제주도에서 감귤농장일과 배 타는 일을 하면서 떨어져 살고 있다.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행복을 꿈꾸어 왔다. A양은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센터장 선생님, 제주도 가는 비행기 요금이 얼마예요”라고 묻기도 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A양은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만나러 갈 수 없는 현실이 서러워 많이 울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소원이 이뤄졌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초등 6학년 B양은 학교에서 짝꿍이 “너, 비행기 타 봤어”라고 물었을 때 탄 적이 없다고 답하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들은 편지쓰기 시간에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센터장은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꿈에도 그리던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특산물인 한라봉을 맛보는 등 즐거움에 젖어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찡하면서도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은 제주도에서 골든벨 퀴즈대회와 승마체험을 했다. 제주도에 관한 상식을 사전에 공부한 아이들에게 퀴즈대회는 동기부여와 함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골든벨을 울린 학생에게 주는 상품이 비타민과 컵라면이었는데 우승을 차지한 C군(중2)은 야식으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선택,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또 쇼핑시간에는 가족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각자 용돈으로 구매했고 흑돼지 삼겹살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기도 했다. 다만, 제주도에 오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행복했던 A양은 아버지와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남을 다음으로 미뤘다. 지역아동센터는 당초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문턱이 너무 높아서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제주도를 선정했다고 한다.

누리지역아동센터 등 11개 센터장은 지난 1년 동안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생각들을 조합, 먼저 실천하면서 후원해 줄 곳을 찾아다녔다. 2017년 추석에는 참기름 600병을 판매해 수익금 100만원을 모았고 2018년 설에는 11개 센터장이 손수 만든 천연비누 3개들이 200세트를 팔아 80만원을 여행경비에 보탰다.

센터측은 또 2017년 3월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후원개발 컨설팅 교육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고 공동모금회를 비롯, 희성전자·금복주·유바이오메드·신다모아·굿피플 회원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아이들의 소망을 이루게 됐다. 센터장들은 지역사회의 후원과 따뜻한 정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한편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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