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조성재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

  • 손선우
  • |
  • 입력 2018-03-21 08:13  |  수정 2018-03-21 08:13  |  발행일 2018-03-21 제29면
“연금 몇만원 올리는 것으론 장애인문제 해결 못해
복지정책 수립 때도 장애인 의견 청취과정 거쳐야”
장애인 물질적 복지 선진국 수준
고용·재활 측면은 크게 떨어져
[이 사람] 조성재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
조성재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1급 시각장애인이면서 미국에서 장애인 재활 상담 및 교육에 관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비장애인 간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최근 만난 조성재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47)는 사회 전반에서 장애인이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저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대구대에서 12년째 장애학을 가르쳐 온 학자인데, 대구시에서는 장애인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 자문을 구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장애 당사자이기도 하고 장애학 분야 선진국에서 유학한 학자인데도 말이에요. 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조 교수는 1급 시각장애인이라는 역경을 딛고 대학강단에 선 인물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는 1990년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뒤 단국대에 진학해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복지관에 취업해 3년 동안 근무했다. 복지관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 재활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장학금과 강의 조교 등으로 학비를 조달하며 힘든 유학생활을 보냈다. 웨스턴 미시간대와 미시간주립대에서 장애인 재활 상담 및 교육에 관한 석·박사 학위를 받아 2006년 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해 대구대 교수 공채에서 비장애인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직업재활학과 교수에 임용됐다.

“우리나라의 물질적인 장애인 복지 수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직접 경험해보니 선진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특별히 더 낫지 않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미국은 물질적인 면보다 장애인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에 매진합니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 경험한 복지정책에 대한 두 가지 사례를 예로 들었다.

“미시간주립대에 다닐 때 마침 학교 측에서 대학 홈페이지를 개선했어요. 장애인 학생들을 불러 바뀐 홈페이지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유용한 지에 대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고 반영한 다음 비로소 홈페이지를 공개했어요. 또 아파트에 살 때 관리소장이 건설책임자와 함께 아파트의 구조를 장애인에게 따로 설명해줬어요. 국내의 복지정책과 어떻게 다른지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요.”

그는 이어 장애인 이동에 관해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미국은 장애인 이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곳이 많아요.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이 운영되는 곳도 예약이 필수죠. 대구의 경우 나드리콜 대기시간이 길다는 민원이 많지만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연금 인상, 복지관 증설 등 물질적인 장애인 복지 수준은 높아져도 장애인 고용·재활 측면에선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복지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의 기능론적인 접근’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장애인 복지정책은 어느 정부에서든 기존의 것을 확대하거나 조금 손보는 선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장애인연금을 몇 만원 올리는 방식으론 장애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공사를 재개할지 백지화할지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의견을 청취했듯 장애인 복지정책을 꾸릴 때도 장애인들의 전반적인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합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