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 동상 박미화씨 가족 수기

  •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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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08:01  |  수정 2018-03-19 08:04  |  발행일 2018-03-19 제18면
“아이들을 존중하고 공감해주니 성적도 인성도 좋아져”
무조건 공부만 강요하는 건 위험
어른에게 인사하지 않을 땐 꾸중
엄마가 봉사활동하며 모범보여
20180319
대구시 북구 매천동 박미화씨(왼쪽 둘째)가 15일 자택에서 자녀들과 함께 바둑을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박미화씨 가족은 부모교육을 받으며 양육방식을 하나씩 정립하고 있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어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는 따끔하게 꾸중을 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공부를 잘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주어진 일상을 긍정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라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가르쳐주고자 한다.

#1. 요즘처럼 청소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일도 드문 것 같다. 음성적으로 있어왔던 일이긴 하지만 대형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우수수 쏟아져 많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나는 사춘기 아이들을 둘이나 두고 또 사춘기 입문을 앞두고 있는 초등생을 포함해 세 아이의 부모로서 날마다 이어지는 이런 문제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잠재적으로 문제를 야기시키거나 유발할 원인을 가진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을 통해 자주 듣는데, 그럴 때 정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해당 부모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왜 그럴까?’라는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 억눌려 있던 감정, 즉 아무도 배려해주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았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것이다.

#2. 육아는 어떤 부모에게나 그렇듯 우리 부부에게도 첫아이 때부터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결심과 달리 행동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상처되는 말도 하고 강한 훈육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풀이 죽어 부모의 뜻에 이끌려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엄마의 나쁜 말투를 그대로 동생에게 퍼붓는 모습에서 부모로서 죄책감이 들었다. 가장 심하게 훈육했을 때 아이가 스스로 제 얼굴을 꼬집어 아직도 입가에 흉터가 남아있는 모습을 볼 때면 성숙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부모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3. 그때부터 결심한 것이 전문가들의 강의도 듣고 책을 통해 하나씩 우리의 양육방식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매일 EBS 부모강의를 한 시간씩 7년 이상 들으며 반성하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작은 다짐들도 다지게 되었다. 먼저 우리 부부의 육아 목표를 ‘집에서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밖에서 행복할 수 없다’로 정했다.

첫째, 아이가 하는 말을 최대한 들어주고 부모 욕심대로 강요하는 학습을 시키지 않았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한 학습을 위한 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정했다. 태어나서 중학생이 되도록 우리 아이들은 그 흔한 학원, 공부방 한번 가지 않았다.

온가족이 함께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하루계획을 이야기하고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 그날의 일과를 이야기하며 저녁식사를 한다.

주변 사람들은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공부를 포기했거나 제대로 공부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세 명 모두 성적이 상위권이고 둘째는 이번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

#4. 둘째, 아이가 어른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으면 어느 때보다 꾸중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항상 예의 바르고 인성이 바로 된 아이가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낫다는 얘기를 해왔다. 바른 인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늘 말했는데 어릴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터라 우리 아이들은 예의 바르며 얼굴이 밝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녀 세 명 모두 학교 임원을 맡고 있고 친구들이 뽑는 선행상을 몇 년째 모두 받고 있다.

셋째, 공감해주고 존중하며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가훈도 ‘역지사지’로 정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때 폭력적이고 강한 성격의 친구 때문에 반 전체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령 동생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방임, 부모의 강한 양육방식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진 친구를 이해하고 먼저 손 내밀고 다독여 주기부터 시작하자고 약속했고, 몇 개월 만에 친구는 왕따에서 모범생이 되는 일이 있었다. 우리 아이는 그때부터 스스로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쁜 친구는 없다. 나쁜 환경 때문에 친구들이 더 힘들어할 뿐이다’라는 것을.

#5. 마지막으로 나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봉사는 남이 아니라 나를 보람되게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우치게 하고 싶어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남을 도와주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느끼고 인생의 최종 목표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왜 남들이 하지 않는 이런 기부를 해야 하냐고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나서부터 무의식적으로 나눔에 대한 생각도 행동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큰아이들 둘은 장래희망도 봉사하는 심리상담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6. 오늘 하루를 가치 있게 사는 일이 결국은 아이들이 밝게 자라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 힘들게 공부하면 나중에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무조건 참고 공부만을 강요하지만 나는 그것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느끼는 따뜻한 감정들이 모여 한명의 성숙한 사람이 된다고 오늘도 나는 행복의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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