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DTI 규제에…은행 찾아 떠도는 ‘대출 유랑자’ 늘어난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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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  발행일 2018-02-24 제12면   |  수정 2018-02-24
(총부채상환비율)
20180224

올해 주택 구입을 고민한다면 지난달 말부터 실시된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ratio)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하는 새 기준선이다. 기존 DTI보다 대출자의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탓에 당초 원했던 대출 한도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 다주택자가 추가로 집 사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빚을 내 집을 사는 바람에 늘어난 가계부채와 치솟는 집값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중이다. 시행된 지 채 한달이 안됐지만 벌써부터 대출에 발목이 잡힌 이들의 아우성이 자자하다. 강화된 DTI가 적용되는 곳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 지역·수도권이다. 대구에선 수성구(투기과열지구)가 주타깃이다. 수성구 일대 은행 영업점에선 대출한도가 줄자 발걸음을 돌리는 다주택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전언이다. 자연히 대출을 받기 위해 수성구 외 DTI 규제가 덜한 다른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대출 유랑자’들이 느는 추세다. 전셋집을 전전해 온 실수요자들은 이 제도 시행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소득 인정액이 깐깐해지다보니 원하는 대출을 받는데 부담을 갖는다. 이들에겐 강화된 신(新) DTI가 맵고 독한 의미의 신(辛) DTI로 다가온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아진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은 신DTI의 단맛을 만끽한다.

주택담보대출 원금까지 부채로 묶어
30% 기준선 초과로 사실상 대출불가
투기과열지구 다주택자들 발목 잡혀
전셋집 전전하던 실수요자까지 부담
한도 오른 청년층·신혼부부만 ‘단맛’
내달 26일 더 강력한 DSR 시범 도입
내집 마련 고민한다면 필히 확인해야


◆한층 까다로워진 DTI

신 DTI는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 신용대출이자 등을 합산해서 연소득으로 나눈다. 기존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했지만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모조리 부채로 묶는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대출하면 평균 DTI가 30%를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가 추가로 대출받기는 힘들어진다. 가령 기존 대출자의 DTI가 22.2%로 상승하면 남는 7.8%만큼만 대출받는다. DTI가 높을수록 대출한도가 적어 자부담이 커지는 형태다.

담보물건 수를 기준으로 두번째 주택담보대출시(신규 대출건 포함)엔 만기가 30년에서 15년으로 확 줄어든다. 대출만기를 늘려 대출액을 늘리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소득산정액도 까다로워졌다.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DTI산정에 반영되는 소득은 과거엔 ‘최근 1년치’만 확인했다. 하지만 신DTI는 최근 2년치를 함께 들여다본다. 한 해만 반짝 성과금을 많이 받은 사람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2년치 소득을 미제출하면 연소득이 10% 차감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럴 경우 부채상환비율이 높아져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단순히 소득 기간만 늘어난 게 아니다. 2개년 소득차이가 20%초과 여부와 지속가능성이 있는 상시소득인지도 따져본다. 소득격차가 20% 이상이고, 상시소득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최근 1년소득(전년 소득)을 더 현실적 수익으로 보고, DTI산정시 연소득으로 인정한다. 지난해 연소득이 8천만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5천만원인 대출신청자는 2개년 소득차이가 20%를 초과한다. 각종 서류제출 등으로 상시소득이 인정되면 이 사람은 최근연도(1년전) 소득인 8천만원이 DTI산정 연소득이 된다. 소득차이가 20%를 초과해도 상시소득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2개년 소득 평균인 6천500만원이 연소득으로 확정된다.

상시소득을 입증받기 위해선 재직증명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1년이상 일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되기 때문이다. 갓 취업해 근로기간이 1년이 안될 때는 1년소득으로 환산한 후 10%를 차감해 연소득으로 결정한다. 상시소득임이 입증되면 10%를 차감하지 않는다.

신 DTI가 다주택자들이 추가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실수요자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의 경우, 신DTI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성구에 적용되면서 생애 첫 내 집을 이 지역에 장만하려는 이들은 대출 개월수를 늘리거나 대출신청 금액을 줄여야 한다. 소득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환경 등 정주환경이 좋은 수성구에 집을 장만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대구에서 수성구(DTI 30%이내에서 대출)를 제외한 지역(40% 이내)에는 별도 달라지는 게 없지만 소득증빙 방법 때문에 대출한도가 줄 수 있다.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연금을 수령하지 않는 어르신들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그나마 청년(만 40세 미만 무주택 근로자)과 신혼부부(혼인신고일로부터 5년 이내)들에겐 신DTI가 여간 반가울 수 없다. 오히려 대출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소득보다 장래소득을 많게 계산해줘다. 승진과 연봉 인상 등이 가능하다고 봐서다. 장래소득 인상폭은 은행마다 천차만별이라 일일이 비교해야 한다. 소득상황은 1년치만 제시하면 된다.

다음달 26일부터는 대출한도가 쪼그라드는 더 강력한 제도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범도입된다. 금융권에서 신규대출 자체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시범기간(6개월)내 자체적으로 DSR를 적용한 뒤 올 10월부터 본격시행한다. 소득대비 대출이 많은 신규 대출자들에게 시련의 연속이다.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본 DTI

△조건: 수성구 투기과열지구내 소재 아파트 매매건(7억원) △세대구성: A씨(주택담보대출 신청자), 배우자, 자녀 △주택담보대출 보유여부: A씨(동구에서 주택담보대출), 배우자(조정대상지역(수도권)서 주택담보대출) △소득: 2017년 7천만원, 2016년 3천만원 /상시소득 인정 △본건 외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천만원 △기타 부채: 신용대출 3천만원 △평균 가계대출금리: 4.35% △KB국민은행 시세: 6억원 △대출신청내역: 1억8천만원/ 대출기간 30년/ 변동금리 3.5%

A씨의 사례에서 우선 짚어볼 것은 담보부분이다. 그가 구매하고자 하는 아파트 매매가는 7억원이지만, 실제 은행이 대출업무시 기준으로 삼는 가격은 KB시세(담보가 6억원)다. A씨는 6억원을 담보로 1억8천만원을 대출하는 셈이다. 소득상황을 보면 최근 2개년간 소득차이가 20%를 초과했고, 상시소득임도 인정받아 연소득은 최근 1년소득(7천만원)이 적용된다. 제일 중요한 대출한도는 다음과 같다. A씨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고 투기과열지역인 탓에 기본 LTV(담보인정비율·40%)가 10% 차감된다. 자연히 한 세트처럼 움직이는 신DTI도 30% 이내여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 대출이력때문에 대출기간은 15년으로 줄어든다. 이에 A씨의 본건 대출 원리금 상환액(1천516만7천500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1천만원), 신용대출 연이자 상환액(130만5천원)을 연소득 7천만원으로 나누면 DTI는 37.5%다. 신DTI 적용 한도(30% 이내)가 초과된 것. A씨가 당초 신청한 1억8천만원을 대출받을 수 없게 됐다. 그가 실제 대출한도는 DTI 초과분 7.5%(6천500만원)을 뺀 1억1천500만원이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신DTI 적용하에서 원하는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금액을 줄이거나 연소득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 신 DTI의 연소득 산정 방식
전년도
소득
최근연도
소득
20%초과 증감
여부(Y/N)
상시소득
여부(Y/N)
산정방식 산정
연소득
5천만원 8천만원
(급증)
Y Y 최근연도소득 8천만원
N 평균소득 6.5천만원
8천만원 5천만원
(급락)
Y Y 최근연도소득 5천만원
N 평균소득 6.5천만원
6천만원 7천만원 N - 최근연도소득 7천만원
7천만원 6천만원 N - 최근연도소득 6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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