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선거 病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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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  발행일 2018-02-23 제23면   |  수정 2018-02-23

사내(인간)로 태어나면 한번쯤 정치를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치에는 숨은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죽했으면 정치에는 스승·친구·눈물도 없고 아비와 어미, 형제와 자식도 필요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미시장 예비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22일 현재 구미시장 선거에는 이미 16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나머지 4~5명은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선거 후보자만 2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본향(本鄕)’인 구미에 진보 진영 정당 후보가 7명이나 몰린 것이다. 이 중 과거에는 후보를 내기 어려워 억지로 모셔야 했던 더불어민주당도 6명이 출사표를 던져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도 7~8명의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경선과 본선까지 볼 만한 싸움이 예고된 상태다.

예부터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뽑히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생리이자 법칙이라고 했다. 요즘 구미에서는 누가 시장이 될 것이냐도 중요한 관심사지만 최다 후보 등록이라는 신기록 경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15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10년 만에 대선 최다 후보 기록을 깼다. 당시 투표용지 길이는 역대 최장인 28.5㎝였다. 구미시장 예비 후보자 수는 경선을 거치면 대폭 줄겠지만 만약 그들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대선 투표용지의 기록을 깰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구미시장 예비 후보자들의 학력, 경력, 인품 등을 두루 살펴보면 모두 부족함이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나 정도의 학력, 경력, 인품, 지지율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후보자는 선거 이후 오랜 기간 몸져 드러누운 일도 있었다. 아무리 많은 후보가 출마해도 유권자들은 한 표가 아닌 두 표를 던질 수 없다. 후보자가 넘치면 정책과 지역발전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학연·지연·혈연 선거가 되살아날 수 있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자칫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선거판이 될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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