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 중증환자 진료 차질, 지방병원 외면…3쏠림 연쇄 부작용 우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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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07:33  |  수정 2018-02-21 07:33  |  발행일 2018-02-21 제6면
선택진료 폐지 후폭풍
20180221

지난해 대장암 판정을 받은 A씨(48)는 경기도 수원의 한 상급병원에서 절제수술을 받았다. 2주일 입원에 청구된 진료비는 1천400여만원. 암환자 산정특례에 따라 치료비의 5%만 부담하고 6인실에서 치료 받았지만 A씨가 부담해야 할 돈은 400만원이 넘었다. 일명 특진비로 불리는 선택진료비가 100만원 넘게 붙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경우 비용이 추가되는 선택진료제가 시행 55년 만에 올해부터 폐지됐다. 환자에게 15~50%에 달하는 추가 부담을 발생시키던 특진비 항목이 사라지면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의료계는 그동안 특진을 봐 왔던 유명 전문의로의 환자쏠림, 지역내 상급의료기관으로의 환자쏠림, 그리고 수도권병원으로의 환자쏠림 등 ‘3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급의료기관의 중증환자 진료 차질과 지역 환자의 지방병원 외면 등 부작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우려①=대학병원·유명의사·수도권병원 ‘3쏠림’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대학병원 환자쏠림이다. 추가 진료비 없이 의사를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무조건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남대병원의 경우 선택진료제 폐지 이전인 2016년 1월 초진환자 수는 2천662명이었다가 2017년 2천556명으로 106명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초진환자 수는 지난해보다 628명이나 늘어났다. 하루 평균 초진환자 수도 118명에서 132명으로 두 자릿수 증가했다. 지역 대학병원 전체로 봐도 지난 1월 하루 평균 초진환자 수는 지난해 1월 대비 10% 늘었다.


중소-대형병원 진료비 격차 줄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 가속화
초진환자 늘고 유명의사에 몰려

지역 의료계 장기적으론 고민
빅5 수도권 병원으로 이탈 예상
진료협력 강화…유출 막아야

경증환자 대학병원 쏠림 방지
제도적 장치 대안 마련도 시급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간 진료비 격차가 줄면서 2차 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이동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택진료제 폐지가 두 달도 안됐지만 수술환자들이 중소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급 병원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또 대학병원 내부적으로는 기존 선택진료 교수와 비선택진료 교수 간 환자 이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니어 교수 등 종전 선택진료를 해오던 유명 전문의로의 환자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

지역 의료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환자의 ‘탈(脫)대구’ 현상을 더 우려하고 있다. 선택진료제 폐지에 따른 진료비 인하 효과는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유명 대학병원에도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대학병원에 나타나고 있는 환자쏠림이 언제든지 빅5로 옮겨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선택진료제 폐지에 따른 환자이동이 지역내 병원 간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빅5를 포함한 수도권 병원으로의 환자 유출문제가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려②= 응급실 과밀화 및 중증환자 치료 차질

대학병원 환자쏠림 현상은 진료 수준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증환자들이 대학병원에 몰리면서 응급실 과밀화 현상은 물론 대학병원이 담당해야 할 중증질환자의 진료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경증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내부에서도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응급실 과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증환자의 대학병원 진입을 걸러주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1차의료기관→병원급→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병원으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서는 경증환자의 응급실 부담금 상향이나 경증환자 진단코드 설정 등과 같은 제도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역환자의 수도권쏠림 방지를 위해 지역 의료계 간 진료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대학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 병·의원으로 경증환자 송출 등과 같은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면서 “대학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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